등록 : 2009.03.22 21:39
수정 : 2009.03.23 10:25
사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주역이자, 그의 대표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전도사, 그래서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장에 이어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으로서 이 정권의 이데올로그 구실을 맡았던 인물, 나아가 목사 신분으로 이 정권에 부족했던 청렴 이미지를 보완해 주었던 사람. 그런 추부길씨가 2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할말이 없다.
청와대는 그가 청와대 비서관직을 사임하고 3개월 뒤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청와대와 무관함을 애써 강조한다. 그러나 추씨는 사임 이후에도 대운하 전도사 구실을 계속했고, 지난 2월엔 이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인물들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친여 인터넷 매체까지 창간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지난해 10월엔 북관대첩비 기념사업회를 맡아 북한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 정권이 타깃으로 삼았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배짱이 놀랍지만, 오죽 배경을 과신했으면 그랬을까.
검찰은 국세청이 박씨를 고발하고 또 세금 추징한 사실을 들어, 추씨 개인의 ‘실패한 로비’로 치부하려는 분위기다. 그러나 또다른 핵심 측근에게도 거액이 흘러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로비 정황은 광범위하다. 설사 실패한 로비였다고 해도 그 사이에 오간 검은 거래는 범죄 행위이므로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사실 추씨는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에도 올라 있지 않다. 몸통은 다른 데 있다는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
검찰은 2004년 대선자금 수사 이후 최대 규모의 수사진을 꾸리는 등 나름대로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려도 적지 않다. 로비 여부를 확인하는 데 결정적 인물인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이 15일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추씨가 체포되기 직전이었으니 의심을 살 만하다. 한씨는 인사청탁용 고가 그림 상납 의혹으로 사임했고, 청와대는 그에 대한 진상규명을 공언했던 터였다. 그림 로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도 그는 필요한 인물이었다.
추씨 혐의는 옛 정권에 대한 먼지떨이식 수사 과정에서 돌출했다. 더 캐면 무엇이 나올지 모른다. 검찰로서는 몹시 부담스런 일이다. 그러나 피하기엔 판이 너무 커졌다. 살아 있는 권력이든 죽은 권력이든 시비를 가려야 한다. 검찰은 이미 조짐이 보이는 꼬리자르기 수사나 정치적 균형 맞추기 따위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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