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22 21:40
수정 : 2009.03.22 21:40
사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응해, 정부가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피에스아이)에 전면 참여하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엊그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피에스아이 참여 문제를 검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피에스아이는 전세계 80여 나라가 대량파괴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참여하고 있는 국제 합의인데, 가장 민감해야 할 우리나라가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을 국제사회에 설명하기가 어려웠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전면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세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면 곧바로 피에스아이에 전면 참여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8단계로 돼 있는 피에스아이 가운데, 미국 북한 중국과의 관계를 두루 고려해 훈련 정식 참여, 역내 차단 훈련시 물적 지원, 역외 차단 훈련시 물적 지원을 뺀 5개 항에만 옵서버로 참여해 왔다.
정부가 이번에 피에스아이 전면 참여 카드를 꺼낸 것은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해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대응은 득은 없이 화만 자초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전면 참여해도 영해에서만 제재가 가능하므로 북한이 공해상으로 움직이면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지만, 무력충돌의 가능성이 한층 커지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북한은 이전에 피에스아이에 대해 “조선반도에 전쟁의 불구름을 불러오는 도화선”이라며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더구나 피에스아이를 주도해 왔던 미국의 오바마 정권은 아직 대북정책에 대한 검토를 마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대이란 정책의 변화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북 정책에서도 압박보다는 대화 노선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미 미국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계없이 협상을 통한 해결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앞선 행동은 오히려 ‘한국의 고립’과 ‘통미봉남’의 강화를 자초할 수 있다. 또한, 6자 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피에스아이에 매우 부정적이라는 점도, 6자 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은 분명하지만, 이익은 불확실한’ 정부의 피에스아이 전면 참여 방안은 재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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