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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22 21:43 수정 : 2009.03.23 10:25

사설

일부 시중은행들이 올해 정기주총에서 임원들에게 거액의 스톡옵션(주식매수 청구권)을 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정부의 지급보증으로 수백억달러의 외화 유동성을 지원받으면서 반납했던 스톡옵션보다 많은 액수라고 한다. 스톡옵션이 논란을 빚자 신한은행은 이를 취소했지만 아직 대구은행이 거액의 스톡옵션을 부여할 계획이고 케이비금융지주는 이사의 보수 한도를 2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금융위기로 정부 지급보증을 받고 있는 은행들이, 더구나 임직원 임금 삭감, 신입사원 채용 대폭 축소 등 긴축경영을 하면서 최고경영진들이 거액의 스톡옵션을 받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중은행들은 또 정부 지원에 의해 자본확충을 하고 있다. 돈의 출처는 국민의 세금과 한국은행의 발권력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이 스톡옵션 잔치나 벌이는 것은 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다.

그 내막을 보면 더 기가 막힌다. 지난해 은행 임원들은 스톡옵션을 반납하면서 마치 큰 희생을 하는 것처럼 생색을 냈다. 하지만, 당시 그들이 가지고 있던 스톡옵션은 사실상 휴짓조각이나 다름없었다. 주가가 폭락해 스톡옵션 행사가격이 시가보다 높아 스톡옵션을 행사할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쓸모 없는 스톡옵션은 반납하고, 행사가격이 낮아 큰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새로운 스톡옵션을 다시 부여받은 셈이다.

시중은행들은 경영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고경영진들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하지만, 스톡옵션 제도의 남용으로 이런 취지는 퇴색된 지 오래다. 오히려 경영진들이 단기성과 위주의 경영에 치중함으로써 은행을 위기에 빠뜨리는 경우가 더 많았다. 과도한 스톡옵션 지급이 세계 금융위기의 한 원인이었음은 이미 드러난 바 있다.

구제금융을 받은 미국 에이아이지(AIG)가 보너스 잔치를 벌이자 미국 하원은 보너스의 90%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 세금으로 살려놓은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극약 처방이다. 평상시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던 법안이지만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우리 정부도 이번 일을 은행 내부 일이라며 방치하지 말고, 정부 지원을 조건으로 스톡옵션 지급을 제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부의 은행 구제는 국민 동의를 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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