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24 21:45
수정 : 2009.03.24 21:45
사설
정부·여당이 28조9천억원에 이르는 ‘슈퍼 추경’안을 확정했다. 심각한 경제위기를 고려하면 이런 대규모 추경이 불가피한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추경 내용을 보면 미흡한 점이 적지 않다. 정부가 고용 유지와 취업 확대 등 일자리 대책으로 새로 추가하는 예산은 3조5천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단기의 공공근로 사업 등 질 낮은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지금 같은 긴급상황에서는 일자리의 양이 더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일자리 예산을 대폭 확충해 사회서비스 일자리 등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에 주력해야 한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제한적이다. 비교적 안정적인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12만명 정도 늘었다. 나머지 대부분은 앞으로 6개월간 일정액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반년 뒤에는 다시 생계를 위협받는 빈곤의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저소득층이 안정적으로 최소한의 삶을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4대강 정비 등 하천 정비사업 예산은 오히려 4700억원이나 늘렸다. 사실상 대운하 건설의 전단계라고 볼 수 있는 이런 토목사업 예산을 늘리는 것은 효용성 측면에서 볼 때 비경제적이다. 올해 본예산에서 사회기반시설(SOC) 예산이 크게 늘어난 만큼 이 부문의 예산을 줄여 일자리 창출이나 저소득층 지원에 돌리는 게 합당하다.
이번 추경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올해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4%로 외환위기 당시(5.1% 적자)보다 악화한다. 이런 재정 악화는 대규모 ‘부자 감세’ 탓이 크다. 정부는 올해 세금이 11조2천억원 덜 걷힐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세수 결손분을 국채 발행으로 보전한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다. 우선 부자 감세를 철회해 세수 확보를 충분히 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국채를 발행해 메우는 게 순서다.
한마디로 이번 추경은 그 초점이 분명하지 않다. 장기적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4대강 정비사업 등 ‘정치적 사업’에 예산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부족한 재원 확충을 위해서도 부자 감세는 당장 철회해야 한다. 정부·여당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런 점들을 적극 반영해 추경안을 대폭 수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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