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24 21:46
수정 : 2009.03.25 09:56
사설
노종면 <와이티엔>(YTN) 노동조합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사법부의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은 구본홍씨가 사장에 선임된 뒤 와이티엔 조합원들이 벌인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을 주도한 노 위원장을 비롯한 3명의 지도부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를 씌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다른 두명의 영장은 기각하면서 유독 노 위원장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그동안 노 위원장이 경찰의 수사에 협조해왔을 뿐만 아니라 와이티엔 노조의 투쟁현장을 지켜온 사실로 볼 때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영장발부 사유는 이해하기 어렵다. 법원이 본말을 전도시킨 검경의 행위를 정당화시켜준 셈이다. 와이티엔 사태의 뿌리는 이명박 정권이 방송 장악을 위해 대통령 특보 출신인 구씨를 기습적으로 사장에 지명한 데 있다. 한국의 언론 상황을 살피러 온 ‘국경 없는 기자회’도 지적했듯이 언론 자유와 편집권을 지키는 것은 언론인들의 의무다. 권력과 유착된 낙하산 사장에 반대한 와이티엔 조합원들의 투쟁은 바로 이런 의무를 다한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 정권은 지난 10개월 가까이 와이티엔 재허가 불허 가능성 등 온갖 협박으로 조합원들을 을러댔고, 그마저 효과를 보지 못하자 이제는 인신구속이란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이로써 이 정권은 자유언론의 적임을 자인했다.
검경과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이 과정에서 정권의 충실한 하수인 노릇을 했다. 검경은 그동안 조사에 협조해왔고 재출석까지 약속한 노 위원장 등을 휴일에 긴급체포해 일사천리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나라당은 언론 자유가 유린되는 상황임에도 야당의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집 요구에 귀막았다. 이번 일이 정권 차원에서 기획됐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그렇지만 이런 강공책으로 와이티엔 조합원들을 침묵시키고 언론을 장악할 수 있다고 본다면 착각이다. 오히려 자유언론을 지키려는 언론인들의 노력에 불을 지필 뿐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총파업 등 강력투쟁을 경고했고 현 사태를 우려하는 국내외의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우리가 세계인들의 존경을 받지 못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언론의 공정성을 요구하는 기자를 구금하면서 세계인의 존경을 구할 순 없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진심이라면 지금이라도 언론을 장악하려는 사심을 버리고 와이티엔 사태를 결자해지해야 한다. 그러려면 구속된 노 위원장을 석방하는 게 마땅하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