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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26 19:48 수정 : 2009.03.26 19:48

사설

<문화방송>(MBC) ‘피디수첩’에서 일했던 이춘근 피디가 그제 밤 집 앞 큰길에서 아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납치당하듯 검찰에 체포됐다. 이 피디를 포함해 피디수첩에서 일했던 피디와 작가들의 집도 모두 압수수색을 당했다. 앞서 노종면 노조 위원장 등 <와이티엔>(YTN) 기자들도 일요일 이른 아침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에 연행됐다. 1970·80년대 박정희·전두환 정권이 무시로 저지른 언론 탄압의 모습이 바로 이랬다. 정당한 법집행이라기보다 공포를 자아내려는 테러에 가깝다.

검찰은 피디수첩 제작진의 명예훼손 혐의를 판단하려면 제작진 체포 등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우병 소’ 프로그램의 취재 원본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문화방송 압수수색도 불사할 태세다. 하지만 이는 핑계일 뿐이다. 맨 처음 이번 사건을 맡았던 검찰의 수사팀은, 피디수첩 보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공적 사안을 다룬 것이고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이 당했다는 명예훼손의 피해도 구체적이지 않아 제작진을 체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무혐의로 본 것도 그 때문일 게다. 보도 한참 뒤인 지금 와서 강제수사의 긴급한 사유가 생겼을 리는 없다. 그런데도 검찰이 수사팀까지 바꿔가며 무리한 체포 등 강제수사를 밀어붙이고 있으니, 수사상 필요라기보다 ‘본때를 보이겠다’는 등 다른 의도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도 자신의 이런 행태가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게 된다는 점을 모르진 않을 게다. 이번 일처럼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고 해서 정부 기관장이 언론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검찰·경찰이 언론인에 대한 조사와 체포로 압박을 가한다면 언론의 자유는 숨쉴 곳을 찾기 어렵게 된다. 취재 원본을 내놓으라는 검찰 요구도 취재원 보호를 불가능하게 해,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존립 근거를 무너뜨릴 수 있다. 민주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언론에 대한 이런 물리적 탄압은 곧바로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지게 된다. 수사상 필요했다는 따위의 핑계로는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헌법적 가치의 파괴다.

그렇잖아도 이명박 정부가 비판 언론에 도를 넘은 강경 자세를 보이는 데 대해선 방송 장악의 길을 닦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있어온 터다. 반대를 뭉개고 제 뜻대로 하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다. 검찰은 그 ‘앞잡이’가 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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