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26 19:50
수정 : 2009.03.26 19:50
사설
‘장자연 리스트’ 수사 과정에서 몇몇 언론사 대표들의 이름이 흘러나오고 있다. 유력 중앙일간지, 스포츠신문, 인터넷언론사 대표 등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한 명은 현장에 동석한 여자 연예인들의 진술을 통해 구체적인 정황까지 나오고, 다른 두 명은 장씨 매니저가 찢어버린 문건에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마 했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순간이다. 신인 여자 연예인들이 방송사 관계자나 사회 유력 인사들을 술자리에서 접대한다는 얘기는 많이 돌았지만 그 명단에 언론사 대표가 올랐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그것도 셋씩이나 거론되고 있다. 그런 접대를 받은 게 사실인지, 술자리 접대가 성 상납으로까지 이어졌는지는 수사를 해서 밝혀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자리에 참석했다는 것만으로도 부적절한 처신이란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접대를 받는 대가로 영향력을 행사해 편의를 봐줬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된다.
언론은 힘 있는 권력자들의 부정과 비리를 감시하는 사회의 공기라고 할 수 있다. 공직자는 아니지만 언론사 대표 역시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 자리이며, 공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언론사 대표들이 연예인 기획사 대표들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니 한심할 따름이다.
장씨 사건 하나로만 세 명의 언론사 대표가 거론되고 있으니, 드러나지 않은 뒷거래가 얼마나 많을지 쉽게 짐작이 간다. 이번 기회에 그런 부적절한 관행들을 뿌리뽑아야 할 것이다. 언론사 대표들을 접대하는 현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조만간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법적,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장씨를 접대 자리에 내몬 기획사 대표나 접대를 받은 언론사 대표나 모두 장씨를 죽음으로 내몬 공모자라고 할 수밖에 없다.
장씨가 숨진 지 벌써 20일이 됐다. 그러나 경찰 수사는 아직도 변죽만 울리고 있다.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면 마지못해 하나씩 수사에 나서는 모양새다. 일본으로 도피한 기획사 대표를 소환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혹시 언론사 대표들에 대한 수사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연예인들의 일정은 대부분 정해져 있고, 혼자 움직이는 경우는 별로 없다. 기획사 관계자들과 동료 연예인들을 조사하면 행적을 파악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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