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27 21:00
수정 : 2009.03.27 21:00
사설
북한이 그저께 자신의 ‘인공위성 발사’가 유엔 안보리에서 다뤄지기만 해도 6자 회담이 없어지고 이제까지의 비핵화 과정이 되돌려질 거라고 말했다. 미국·일본 등의 제재 움직임에 맞서는 새 위협이다. 인공위성 발사를 핵 문제와 연관시킨 점에서 2006년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뒤 이를 비난하는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되자 그해 10월 핵실험을 강행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영국 주재 북한 대사는 그제 “못산다고 우주개발을 못 한다는 유엔 결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 유엔 안보리가 위성 발사를 문제로 삼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하지만 북한은 왜 이번 위성 발사가 지구촌의 우려 대상이 되는지 잘 알 것이다. 북한은 시험통신위성 발사라고 주장하지만 국제사회는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로 의심하며, 이를 북한 핵 능력과 함께 고려하면 관련국에 분명한 위협이 된다. 곧, 문제의 핵심은 인공위성 발사 자체라기보다 믿을 수 없는 북한의 행태에 있다.
물론 최선의 해법은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 준비를 중단하고 6자 회담 참가국들과 핵·미사일 문제를 풀기 위한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 위성 발사를 강행한다면 적어도 일정 기간은 정세가 경색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인공위성이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추진 로켓이 주변국 영해·영토에 떨어진다면 더욱 그렇다. 경우에 따라서는 요격 미사일이 발사돼 긴장이 급격히 높아지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렇다고 북한의 위성 발사가 관련국에 직접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과잉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제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대응방법을 찾되, 무작정 사태를 악화시키기보다는 앞으로 북한의 행태를 바꿔나갈 적절한 방안이 뭔지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각국이 6자 회담 재개 의지를 분명히 하고 미국이 북한과 대화할 뜻을 강조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태도다. 미국 중앙정보국의 아시아지부장을 지낸 한 전문가는 위성 발사 이후 북-미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한국 정부가 주도적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북한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공위성 발사는 악재이지만 핵·미사일 문제를 푸는 새 틀을 짜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즉자적 대응을 넘어선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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