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27 21:02
수정 : 2009.03.27 21:02
사설
오는 31일 일제고사를 앞두고 전국 학교에 전운이 감돈다. 한편에선 전교조와 일부 학부모단체가 일제고사 거부를 천명했고, 다른 한편에선 교육당국이 거부 교사 중징계 결의를 재확인했다. 정면 충돌은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 일제고사의 치명적인 부작용을 경험하고도 이를 강행하려는 교육당국의 행태가 끔찍하기만 하다.
이번 거부 움직임은 지난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심각하다. 전교조 서울지부 소속 교사 1162명은 엊그제 일제고사 불복종 선언을 했다. 이들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일제고사의 부당함을 알리고,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선택할 수 있음을 고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움직임은 강원·경기·경남 등 각 시·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개별적으로 이런 소신을 실천에 옮겼다가, 파면 또는 해임을 당한 동료 교사들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교사로서 생명까지 내걸고 나선 셈이다.
이에 대한 시·도 교육청의 대응은 한심하다. 거부 교사들을 색출해 보고하도록 하는 한편, 체험학습을 선택하겠다는 학생들도 미리 파악해 조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일부에선 교사와 학생의 동향을 알아보기 위해 경찰 정보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당국이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가기는커녕, 졸지에 30여년 전으로 퇴행했다.
일제고사의 부작용은 거듭 확인됐다. 학교 서열화 및 학교의 학원화, 사교육비 부담 증가, 전인교육 파탄 등은 별개로 치자. 아이들을 새벽부터 밤까지 들볶는 것은 물론이고, 커닝 방조, 시험문제 누출, 심지어 성적 조작까지 불사하는 학교당국의 행태는 직접적이고 치명적이다. 일제고사 결과는 학교장과 교사들의 인사고과와 직결되는 만큼 이런 조작은 피하기 힘들다. 지난해 학업성취도 성적 조작은 일부 교육청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울산의 경우 지난해 진단평가에서 꼴찌를 하자, 진단평가용 족집게 문제집을 나눠줬다고 한다. 기만이다. 일부 초등학교에선 7교시나 0교시 수업을 도입했다. 그것이 아이들의 정서나 신체 발달에 미칠 부작용은 말할 필요도 없다. 창의력이나 문제해결 능력도 크게 떨어뜨린다. 교육감이라면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일제고사를 강행하는 것은 제 영달을 위해 학생과 학교를 희생시키는 행위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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