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29 21:23
수정 : 2009.03.29 21:23
사설
정부가 경제위기 대응을 위해 대규모 재정지출 확대와 함께 ‘한시적 규제유예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부터 2년 동안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거나 중단해 투자를 촉진하고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재정지출 확대와 규제 완화를 병행하면 투자촉진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시적 규제유예 제도의 핵심인 수도권 규제 완화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미 행정수도 이전 등 수도권 규제 완화와 지역 균형개발 문제를 놓고 여야와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서 여러차례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충분한 여론수렴과 정책적 협의를 거쳐야 할 문제다.
20년, 30년 뒤를 내다보고 추진해야 할 수도권 계획을 2년짜리 임시 처방으로 뒤바꾸겠다는 발상도 위험해 보인다. 그것도 특별법을 제정해 하겠다고 했다. 법률을 하나씩 검토하면 시간이 걸리니까 한번에 후다닥 처리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런 식으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잘못하면 관련 법률 체계를 누더기로 만들게 된다.
투자 활성화 효과도 의심스럽다. 부동산이나 건축 규제 완화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한시적 규제유예를 하반기에 시행한다 해도 투자가 일어나 공장이 설립되고 정상 가동되는 시기는 1~2년 뒤가 된다. 정작 위기 때는 도움을 못 주고 위기 극복 후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임시 유예 기간에 공장 설립 신청이 쏟아지면서 수도권의 막개발을 야기할 수도 있다.
최저임금제를 유예 대상으로 거론한 것은 특히 유감이다. 최저임금제는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생계여건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지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한다면 장애인이나 노동 관련 법률들을 모두 유예 또는 중단시켜야 한다. 국무총리실은 최저임금제 유예를 결정한 적이 없다고 나중에 발을 뺐지만 발상 자체가 한심하다. 있는 사람들 세금은 깎아주면서 서민들한테는 최저임금도 못 주겠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받아들이겠는가.
한시적 규제유예를 하려면 의견수렴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국가 정책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들 중에서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부터 시행하는 것이 맞다. 조금 어렵다고 기존의 법과 제도를 모두 규제로 몰아 무력화시킨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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