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3.30 21:43
수정 : 2009.03.30 21:43
사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이 대통령은 새달 2일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신흥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영국 신문 <파이낸셜 타임스>와 한 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어놓기 위해 개성공단을 계속 유지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언제나 대화할 준비가 돼 있고, 식량지원 등 인도적 측면에서는 다른 것과 연계하지 않고 지원할 자세도 있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군사적 대응 반대 부분을 빼면 최근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군사적 대응에 반대한다는 뜻을 새로 밝히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자세를 확인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취지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인공위성 로켓을 발사한다 해도 한국 정부가 앞장서서 상황 악화를 주도하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한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가 연쇄적인 강경반응을 일으키며 한반도 정세를 더 악화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 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이런 태도를 보인 데는, 한국이 강경책을 주장해도 중국과 러시아가 동조하지 않으면 제재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국제사회의 현실이 작용했을 것이다. 또 새달 2일 영국에서 열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나라 사이 가장 중요한 현안인 북한 문제에 대해 발을 맞춘다는 의미도 있다. 미국은 강온 양면책을 흘리면서도,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 지도자(김정일 국방위원장)를 만나고 싶다”고 한 데서 보듯이, 대화를 통한 해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내적으론 세계 경제위기의 여파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까지 더해질 것이라는 부담도 느꼈을 법하다.
한반도 문제에서 차지하는 한국 정부의 몫은, 문제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고 크다. 미국이 아직 대북정책 검토를 끝내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으면서도 북한을 건설적인 대화에 나올 수 있도록 모든 지혜를 짜내야 한다. 그리고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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