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5.17 21:28 수정 : 2005.05.17 21:28

서산·태안의 주민들이 철새들의 낙원인 천수만 갈대숲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면서 손뼉치는 모습은 충격적이다. 폭죽을 터뜨려 철새를 쫓기도 했다. 지자체가 추진 중인 ‘기업도시 웰빙레저단지’ 조성사업에 방해가 될까봐 ‘자연생태도 1등급 권역’ 지정을 막기 위해 일부러 자연을 훼손하는 시위를 벌인 것이다.

주민들은 ‘주민이 먼저냐, 철새가 먼저냐’며 앞으로도 논을 갈아엎고 볏짚을 불태우는 등 철새 서식을 막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천수만의 철새와 인간은 결코 ‘하나가 살면 하나가 죽어야 하는’ 관계가 아니다. 최근 환경보전과 개발이 대립을 빚곤 하지만, 사실 환경보호 운동이란 결국 사람을 위해 하는 것이다. 자연생태계가 망가지면 머지않아 사람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조금 길게 보느냐 짧게 보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더구나 점차 희귀자원이 돼가는 우수한 자연은 경제적으로도 가치가 커지고 있다. 레저단지를 만든다며 갈대숲을 불태우고 철새를 추방하는 것은 한마디로 자가당착이며, 우리의 개발정책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주민들뿐만 아니라, 서산시·태안군 등 지자체도 해당 지역을 3등급으로 유지하거나 별도 관리지역으로 해달라고 환경부에 요청했다고 한다. 주민들이 갈대숲을 불태우며 시위를 벌이는 것도 지자체라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세계적 철새도래지로서 천수만을, 하고 많은 골프장과 호텔을 짓기 위해 망가뜨린다는 것은 지자체의 개발전략으로도 결코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무조건 환경보전만 하라는 것이 아니다. 다른 곳에는 없는 천혜의 자원을 활용해 자연도 살고 지자체와 주민도 사는 자신들만의 개발계획을 세울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