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01 20:52
수정 : 2009.04.01 20:52
사설
7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집행부가 탄생했다. 축하의 말이 오가야 하겠지만, 민주노총의 상황은 그렇게 한가롭지 못하다. 성폭력 사건으로 물러난 전임 집행부의 잔여 임기(10개월)를 이끄는 과도 집행부이지만, 그 앞에는 민주노총의 침몰이냐 회생이냐라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놓여 있다.
당장 안으로는 총체적 불신을 사고 있는 조직의 위기가 있다. 밖으로는 시장의 실패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자본과 권력의 총공세가 있다. 아무리 외적인 공세가 거칠어도, 굳건한 신뢰와 연대를 바탕으로 조직이 단결한다면 언제든 극복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이 직면한 위기의 뿌리는 조직의 위기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전임 집행부의 불미스런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수석부위원장의 금품수수 사건, 대의원 폭력사태, 사사건건 충돌하는 정파 갈등, 더 약한 노동자를 외면하는 조직 이기주의와 지도부의 귀족화 등 내부의 암 덩어리는 깊고도 넓게 퍼져 있었다. 이런 관료주의와 도덕성 상실, 현장과의 괴리는 신뢰와 연대를 약화시켰고, 민주노총을 사소한 공세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종이호랑이로 만들어 버렸다.
따라서 새 집행부는 무엇보다 먼저 조직 내부의 이런 암 덩어리를 제거하고, 민주성을 회복하며, 도덕적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미 절반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지원하고 더 배려함으로써, 모든 노동자가 연대하고 단결하는 중심으로서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 자본과 정치권력은 일관되게 노동계의 분열과 갈등을 유도해 왔다. 민주노총은 이 사실을 잘 알면서도 방관해야만 했다. 일자리 나누기에도 소극적이었고, 청년 실업은 아예 외면했다. 그 결과 비정규직은 기하급수로 팽창했고, 노동계는 분열하고 갈등했으며, 교섭력과 영향력은 급속히 떨어졌다. 이제 제3노총마저 거론된다.
지금 경제위기를 핑계로 기업은 전면적인 구조조정에 나섰고, 이명박 정부는 비정규직 확대 등 노동 유연화를 강화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방관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조직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극복하기 어렵다. 정파연합 집행부로서 한계를 우려하는 지적도 많다. 그러나 연합체이기에 더 단결된 힘을 과시할 수도 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쇄신하고, 노동자의 총단결을 이끌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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