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01 20:53
수정 : 2009.04.02 21:09
사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또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이 의원이 경북 경주의 4·29 재선거에 출마하려는 친박근혜 성향의 정수성 예비후보(무소속)에게 사람을 보내 불출마를 권유했다는 것이다. 정 후보는 그제 기자회견을 열어 “29일 이명규 한나라당 의원이 만나자고 해 이날 밤 8시께 경주에서 만났다”며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이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권유했다”고 폭로했다. 또 “같은 날 낮 12시45분께 이상득 의원으로부터 ‘이명규 의원을 만나보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해, 후보 사퇴 권유가 사실상 이상득 의원 뜻임을 내비쳤다.
이명규 의원도 이상득 의원의 ‘지시’를 받고 정 후보를 만났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 정 후보에게 “당신이 출마하면 당내 친이-친박 갈등이 더 깊어진다. 그러면 박 전 대표의 대권 길도 멀어지게 된다”는 말을 전했고, “사실상 이상득 의원이 이런 내용을 전하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이상득 의원은 정 후보가 먼저 만나자고 해 이명규 의원에게 얘기를 들어보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사자들 사이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불출마하면 좋겠다는 이상득 의원의 뜻을 이명규 의원이 정 후보에게 전달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나라당에 공천 신청도 하지 않고 무소속 출마를 하겠다는 사람에게 당직자가 찾아가 불출마를 강요하는 행위는 유권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봉쇄하는 반민주적 행태임이 분명하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런 일을 주도한 사람이 바로 이상득 의원이란 점이다. 이 의원은 아무런 당직을 맡고 있지 않다. 그런 그가 당의 제2사무부총장이며 공천심사위원인 이명규 의원을 마치 ‘사환’이라도 되는 양 심부름꾼으로 부렸다. 그런데도 이에 이의를 다는 당직자를 찾을 수 없다. 한나라당의 ‘사당화’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의원은 지난 국회에서도 본회의장에서 사무총장 등 당직자들의 이름을 마구 부르며 출석을 독려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최근 검찰의 박연차 사건 수사 과정에서 ‘시골에 있는 별 볼 일 없는 사람’(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이 막후에서 큰 힘을 발휘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현 정권 출범 초부터 ‘만사형통’이란 말을 낳은 자타 공인의 실세 이상득 의원은 더욱 자중자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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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3일 바로잡습니다
2일치 23면 사설 ‘대통령 형이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도 되는가’에서 이명규 의원의 당직은 ‘제2사무부총장이며 공천심사위원’이 아니라 전략기획본부장입니다. 확인 과정에서 실수로 잘못 나갔습니다.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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