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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02 22:59 수정 : 2009.04.02 22:59

사설

땀띠 제거용으로 갓난아기들에게 사용되는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그것도 한두 제품이 아니라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의 절반가량에서 나왔다. 석면은 국제암연구소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폐로 들어갈 경우 20~30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 등을 일으키는 치명적 성분이다. 그동안 우리 아이들이 석면 가루가 들어간 파우더를 뒤집어쓰고 놀았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미국·유럽 등은 베이비파우더의 원료인 탤크에서부터 석면이 검출되지 않도록 기준을 정해 놓았다. 일본은 석면 함량 0.1% 이하의 탤크만 원료로 사용하도록 돼 있으나 실제 파우더 제품에서는 석면이 검출되지 않도록 별도 기준을 적용한다. 우리는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석면이 0.1% 이상 함유된 제품의 제조·수입·사용을 금지하고 있을 뿐 아기용품에 대한 별도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아기용 파우더들의 석면 함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 0.1% 미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기용품은 수치에 상관없이 석면이 검출돼서는 안 된다. 미량의 석면이라도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있기 때문이다. 석면의 위험성은 그동안 숱하게 제기돼 왔다. 공기가 탁한 지하철이나 건축물 철거 현장에서 미세먼지 형태로 떠도는 석면 가루의 위험성이 대표적이다. 위험성을 충분히 알면서도 가장 안전해야 할 아기용품을 무관심 속에 방치한 셈이다.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들의 안이한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987년 일본에서는 똑같은 형태의 석면 파우더 파동이 있었다. 정부 당국자들이 조금만 관심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도 한 텔레비전 방송이 석면 파우더의 위험성을 경고한 뒤에야 실험을 해 이를 확인했다. 정부가 어제부터 파우더 등에서 석면이 검출되지 않도록 새 기준을 만들어 시행에 들어갔지만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렇게 쉽게 할 일을 왜 지금까지 방치했는지 한심할 뿐이다.

새 기준이 시행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파우더의 원료인 탤크는 화장품·의약품·살충제 등에 광범하게 쓰이고 있다. 당국은 탤크를 원료로 사용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석면 포함 여부를 조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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