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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03 19:44 수정 : 2009.04.03 19:44

사설

주요·신흥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개막 전에 제기된 여러 우려를 불식하고 예상 이상의 실질적 성과를 냈다. 정상들은 그제 세계경제 회복을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재원을 7500억달러로 5000억달러 증액하는 등 모두 1조1000억달러의 재원을 조성해 각국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상들은 또 헤지펀드 규제, 조세피난처 명단 공개, 국제 금융감독 시스템 강화 등 규제 강화 조처와 함께 보호주의 배격과 경기 부양을 통한 4% 성장 실현 노력에도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 연말 이래 주창돼온 새 브레턴우즈 체제나 전세계적인 뉴딜에는 못 미친다. 그러나 위기 일선에서 고통받는 신흥·개도국들에 대한 대규모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금융시장에 대한 폭넓은 규제 조처에 합의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채무불이행 위험이 농후했던 동유럽 나라들을 비롯한 개도국들이 이번 조처로 한숨을 돌리게 됐고, 고삐 풀린 자본에 대한 통제도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이런 결과는 70여년 전 대공황 위기 속에 열린 런던 경제회의가 아무런 결실 없이 막을 내림으로써 공멸을 자초했던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세계 외교무대에 데뷔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유연성이 자리했다. 그는 미국 힘의 한계를 인정하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이번 회의는 미국 일방주의 시대가 가고 본격적 다극시대가 왔음을 알린 장으로 볼 수 있다. 국제경제 무대에서 중국·인도·한국·브라질 등 신흥국의 목소리를 배제하고는 문제를 풀 수 없음이 확인됐다. 특히 지정학적 구도 변화를 보여주는 중국의 위상 대두는 의미심장하다. 이제 G20은 그동안 세계경제를 좌우했던 주요 7국(G7)을 대체하는 최고 협의 기구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이번 회의 결과에 미흡한 점도 많다. 미국과 영국 등은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을 촉구했지만, 과거 바이마르공화국의 악몽 재현을 우려하는 독일 등의 저항 탓에 각국의 부양책을 종합하는 수준으로 정리됐다. 금융시장에 대한 초국적 규제를 주장한 독일·프랑스와 이에 반대한 미국의 대립은 국제 금융감독 기구의 위상 제고를 통한 투명성 강화와 조기경보시스템 도입으로 절충됐다. 현재의 금융감독 체제가 완전히 실패했음을 고려한다면, 근본적인 개혁 없는 이런 개선만으로 문제가 해결될지 의문이다.

이런 한계에도 이번 회의가 새로운 금융질서, 나아가 새로운 세계질서를 향해 나아가는 길에 새 이정표를 세웠음은 분명하다. 한국을 비롯한 참가국들은 이번 회의 성과를 바탕으로 좀더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세계 주요국들이 금융규제 강화에 합의한 이상 우리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이미 실패로 끝난 규제완화 주장을 되풀이할 게 아니라 시대적 흐름에 맞춰감으로써 경제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여가야 마땅하다. 더욱이 한국은 차기 G20 의장국이다. 신흥국의 대표로서 새로운 세계 경제질서 수립에 신흥·개도국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적극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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