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05 22:01
수정 : 2009.04.05 22:01
사설
북한이 어제 ‘광명성 2호 시험통신위성’ 발사를 강행했다. 국제사회의 발사 중단 요구를 저버린 점에서 큰 유감이다. 이번 일과 관련해 요격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충돌이 없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사태를 정리하고 부정적 파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때다.
북한이 쏘아 올린 물체가 미사일이 아니라는 데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하지만 북한은 위성이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반면 다른 나라들은 로켓이 최종 단계에서 추락했다고 말한다. 이 경우 위성임을 확인할 방법이 없게 된다. 위성 발사라고 하더라도 국제사회 우려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 위성을 띄우는 데 필요한 로켓 기술은 쉽게 장거리 미사일 기술로 전용될 수 있다. 북한은 이번에 사실상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 핵실험을 한 나라가 이런 기술을 보유한 것 자체가 지구촌에 잠재적 위협 요인이 된다. 이번 발사는 북한의 행태에 대한 불신을 더 심화시킬 것이다.
유엔 안보리는 이번 발사에 대한 대응 방안 논의를 시작했다. 한국·미국·일본은 이번 발사가 안보리 결의안 1718호에 명백하게 위반된다는 입장이다. 북한 핵실험 직후인 2006년 10월 채택된 이 결의안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중지”할 것을 북한에 요구한다. 미국·일본 안 강경파들은 이 결의안에 따라 대북 제재를 강화하거나 새 결의안을 채택할 것을 주장한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위성 발사는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어, 결의안 채택은 쉽지 않다. 이번 일을 북한의 적극적 도발로 받아들이기보다 핵·미사일 협상 강화를 위한 촉매로 활용해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한 대북 제재 추구는 위협 요인 억제라는 애초 의도에서 벗어나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오히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 의지를 저해할 수 있다.
북한의 이번 발사는 제12기 최고인민회의 첫 회의를 앞두고 내부 단합을 꾀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강한 힘이 있음을 주민들에게 과시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북한 체제가 취약하다는 뜻이다. 관련국들의 과잉 대응은 북한 집권세력의 이런 위기의식을 부추겨 사태를 엉뚱한 방향으로 몰아갈 수 있다. 일본이 이번 발사를 앞두고 전시 상태처럼 흥분한 것도 군사대국화를 위해 북한 못잖게 정치적 쇼를 한다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한 것이 잘못이듯이, 관련국들이 협상 여지를 좁히는 쪽으로 대응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대북 압박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결국 문제를 푸는 것은 협상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아직 대북 정책 재검토를 끝내지 못한 상태다. 이번 발사에 대한 즉자적 대응에 매달리다가 대북 포괄협상이라는 정책 기조 전체가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쐈는데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갈 수는 없지만 그 파장은 최소화해야 한다. 이번 발사 국면이 길어질수록 모두가 피해자가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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