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07 22:55
수정 : 2009.04.07 22:55
사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관련한 유엔 안보리 논의가 답보 상태다. 겉으로 보기에는 미국·일본의 강경론과 중국·러시아의 온건론이 맞서는 듯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일본을 빼고는 모두 6자 회담이 이른 시일 안에 재개돼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전 라이스 미국 유엔대사는 “북한을 6자 회담이라는 건설적 협의체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외교적 노력과 압력을 조화시켜야 하는지가 안보리 논의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북한 로켓 발사를 “명백한 국제법 위반 행위”로 규정했지만, 궁극의 목표는 대북 협상 강화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모든 상황을 풀어줄 핵심적 도구가 6자 회담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비탈리 추르킨 러시아 유엔대사의 발언과 거리가 멀지 않다. ‘신중하고 형평성 있는 대응’을 강조하는 중국 뜻도 러시아와 비슷하다. 대북 경고는 하되 대화 돌파구 마련이 더 중요하다는 이런 태도는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과 상충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이번 ‘인공위성’ 발사에서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2단계 로켓은 예고 지점보다 상당히 앞에 떨어졌고, 3단계 로켓은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았다. 또 북한은 당일 아침 미·중·러에 발사 사실을 통보했으며, 앞서 대략적 발사 일시와 로켓 낙하 지점을 밝혔다. 장거리 로켓 기술을 거칠게 과시하려 한 점은 도발이지만, 나름대로 절차를 거친 셈이다. 각국이 대화를 염두에 두는 데는 아울러 북한 또한 협상을 바란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지금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 정부는 그럼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얻고 군비 증강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사실 일본은 지난 몇 해 동안 6자 회담에서 거의 구실을 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정부가 이런 일본과 발걸음을 맞추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부적절한 선택이다. 여권이 주장하는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 국산 미사일 사거리 확장 등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도외시한 채 자신의 잇속만을 챙기려는 일본의 태도와 다를 바 있다.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다 보면 무엇을 위한 공조인지 잊게 될 수 있다. 로켓 발사 국면을 빨리 마무리하고 6자 회담이 다시 열리도록 노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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