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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09 21:40 수정 : 2009.04.09 21:40

사설

김상곤 한신대 교수는 고등교육에만 몸담아왔다. 그런 그가 초·중등 교육을 책임지는 경기도교육감에 당선된 것은 학교교육 정상화에 대한 학부모의 요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일부 언론이 선동한 것처럼 이념 대결이나 좌우 대결에서의 승리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 시장화 정책 추진 1년 반 만에 이뤄진 평가일 뿐이다.

이 정부의 교육정책은 정권 담당 세력이 추구하는 맹목적 시장주의와 교육 관료들의 고루한 권위주의가 만든 합작품이다. 의도했건 안 했건 이들은 학교를 초기 산업화사회의 붕어빵식 일꾼 양성소로 되돌리려 했다. 줄세우기 경쟁 교육, 상위 1%만을 위한 특권 교육, 부와 신분의 대물림 교육은 그 결과였다. 학교의 황폐화와 사교육 팽창은 피할 수 없었다. 아이들의 개성과 잠재력이 질식하고, 꿈과 상상력은 시들고, 사회성과 공공성 등 민주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교양은 싹도 틔울 수 없었다. 1년 남짓한 기간에도 이런 모순이 현실로 드러나기에 충분했다.

김 후보의 낙승보다 김진춘 현 교육감의 완패가 더 주목되는 건 이 때문이다. 그는 공정택 서울시교육감과 함께 이른바 ‘엠비 교육’을 이끄는 쌍두마차였다. 외국어고, 자사고, 국제고, 자율형 사립고 등 특권 교육을 부채질할 특목고 설립에 교육 재원을 퍼부었다. 경기도내 일반학교 10곳 가운데 3곳(전국 평균은 10곳 가운데 1곳)이 운동장 등 체육시설이 기준 미달인 현실은 재원의 편중 지원이 빚은 결과였다. 일제고사는 물론 우열반, 수준별 학습, 0교시, 심야강제자율학습 등 학교를 적자생존의 정글로 만들었다. 절대다수의 아이들은 자포자기 속에서 방황했다.

물론 권한이 커졌다지만, 교육감의 힘만으로 이런 정책 기조를 뒤바꿀 순 없다. 그 뒤에는 중앙정부가 버티고 있다. 그러나 변화의 계기, 변화의 가능성과 희망은 만들 수 있다. 김 당선자는 상생과 살림의 교육, 희망의 학교를 약속했다. 다짐대로 학교가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벗어나, 각자의 잠재력과 개성이 발현되는 교육 공동체의 싹만 틔운다면 성공이다.

투표율 12.3%의 의미도 곱씹어야 한다. 그건 단순한 무관심의 결과가 아니다. 누가 되든 아이와 부모를 괴롭혀온 우리 교육에 대한 총체적 불신의 표시다. 행복한 학교 실험이 성공해 불신이 신뢰로 바뀌게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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