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10 19:11
수정 : 2009.04.10 19:11
사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사건과 관련해 놀라운 사실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쪽 비리 의혹이다. 노 전 대통령 쪽이 박 회장한테서 받은 돈이 애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고 재임중 청와대 안에서 떳떳지 못한 돈을 버젓이 주고받았다는 등 할 말을 잃게 하는 소식도 한둘이 아니다. 사실이라면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검찰의 엄정한 수사는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전임 정권 말고 지금의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선 검찰이 그런 엄정한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핵심 의혹인 세무조사 무마 로비 수사가 바로 그렇다. 검찰은 박 회장에게서 세무조사를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구속했지만, 그 뒤론 여기서 한 발짝도 나아가려 하지 않는 듯하다. 추 전 비서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등에게 박 회장의 구명을 청탁했다는데도, 검찰은 이 의원 등이 이를 거절하는 바람에 ‘실패한 로비’가 됐다며 미리부터 면죄부 주기에만 급급한다. 청탁 전화통화를 했느냐를 두고 이 의원과 추 전 비서관의 주장이 다른데도, 검찰은 이 의원은 물론 그 보좌관도 직접 조사하지 않은 채 이런 결론부터 내렸다. 이러니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50년 지기라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천 회장은 지난해 7월 박 회장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시작됐을 때 여권 안에서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권력과의 거리로 보면 추 전 비서관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핵심이다. 그만큼 의혹이 깊은데도, 검찰은 지금껏 천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만 했을 뿐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무조사 로비 의혹의 핵심으로 미국에 체류하고 있다는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찾을 수 없다.
이런 식으로 피하고 덮는다고 해서 의혹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늘어나고 커진다. 이제는 2007년 대통령선거 때 박 회장과 현 여권 사이에 수상쩍은 돈거래가 있었다거나, 전·현직 대통령의 형님 사이에 서로 비리를 덮자는 밀약이 있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런 의혹들이 한꺼번에 터지면 어떻게 감당하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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