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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10 19:12 수정 : 2009.04.10 19:12

사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기어이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전주 덕진에서 출마하겠다고 나섰다. 예고된 행보이긴 하지만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자신이 대선후보로까지 나왔던 당을 탈당한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하기 어렵다. 우리 정치의 한심한 수준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명확한 룰과 원칙, 합리적 결정과 승복이라는 성숙한 정당 문화는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길이 없다. 사태가 이처럼 최악으로 치달은 것은 일차적으로 정 전 장관 탓이지만, 민주당 지도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략공천 같은 우회로를 택하지 말고 좀더 제대로 된 공천 절차를 밟는 정공법을 택해야 옳았다.

정 전 장관이 무소속으로 나와 당선된다고 치자. 실제 현지에서는 그의 당선을 점치는 분위기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정치적 재기에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별로 없어 보인다. 굳이 이런 무리수까지 동원해 따내는 금배지가 얼마나 빛이 날 것인가? 사실, 정 전 장관은 한 번도 제대로 된 선거판에서 승리해본 적이 없다. 고향에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선거만 이겼을 뿐이다. 그래서 ‘온실 속의 화초’니, ‘비단길만 걸어온 귀공자’니 하는 따위의 비아냥이 따라다녔다. 그가 좀더 큰 정치인으로 도약하려면 정치적 명운을 건 도전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충고도 많았다. 하지만 결국 그는 끝까지 배짱도 용기도 보여주지 못한 채 ‘쉬운 길’을 택하고 말았다.

정 전 장관은 당선된 뒤 민주당에 복당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탈당 기자회견에서도 “잠시 민주당의 옷을 벗지만 다시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런 정치 행보가 유권자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모르겠다. 원칙 없는 탈당과 복당이라는 구태의연한 정치 행태를 지켜보기도 이제 지겹다.

그의 무소속 출마 강행으로 민주당 내분 사태는 더욱 깊은 늪으로 빠져버렸다. ‘단합된 강한 야당’을 바라는 지지자들의 희망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번 민주당 갈등은 시간이 흘러도 쉽게 치유되기 힘들어 보인다. 정 전 장관이 비록 복당을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반드시 돌아와 민주당을 살려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공허하게만 느껴진다. 민주당을 분란에 빠뜨린 장본인으로서 할 말도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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