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13 22:14
수정 : 2009.04.13 22:14
사설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업성취도 평가 관리 대책을 내놨다. 답안지를 전산카드(OMR카드)로 작성하고, 시험 감독을 복수로 하며, 시·도 교육청 차원에서 채점하고, 전산시스템으로 자동집계하도록 한다는 게 뼈대다. 초등 3년생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국가에서 시·도 교육청으로 이관한 게 눈에 띌 뿐, 예상대로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일제고사로 치러지는 전수평가와 평가 결과 공개라는 문제의 근원은 그대로 둔 채 대책을 모색한 결과다.
사실 전북 임실에서와 같은 평가 결과 조작 보고는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전국 학교별 순위가 매겨지고, 그 결과가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터에 어떤 학교 관리자가 성적 올리기를 위한 편법 동원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실제 편·불법은 시험 치르기 전부터 시험이 끝나고 보고할 때까지 각 학교에서 광범위하게 동원됐다. 시험 감독이나 채점, 보고 과정을 아무리 잘 관리한다 해도, 시험 이전에 벌어지는 교육과정의 왜곡, 비교육적 성적 올리기 행태는 뿌리 뽑을 수 없는 것이다. 시험에 앞서 각 학교에선 예상 문제집을 내주고, 정규 수업을 예상문제 풀이로 전환했으며, 운동이나 예술 특기생 등 미달이 우려되는 학생들은 시험에서 제외했다.
전수평가의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이런 관리상의 허점이 아니라 학업 성취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평가 결과의 내용이 너무 단면적이고 표피적이어서 별 쓸모가 없는 것이다. 대책 마련을 위해선 계층별, 지역별, 교육환경별 학업성취의 실태와 원인 따위를 파악해야 한다.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까지 알기 위해 필요하면 인터뷰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제고사식 전수평가가 알려주는 것이라곤 문제풀이 수준뿐이다. 교육계가 전수평가 대신 심층성을 확보할 수 있는 표집평가를 권장해온 이유는 여기에 있다.
교과부의 재조사는 내용마저 부실했다. 답안지 65만장(전체의 7.2%)이 분실됐거나 폐기된 상태였다. 일각에서 우려하듯 미달자의 답안지가 집중적으로 폐기된 것이라면, 학교별 성취도 순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일제고사를 통해 유일하게 성취할 수 있는 학교 서열화마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조작은 시험 단계에서 성적 미달 학생을 미리 배제하는 방법으로도 가능하다. 일제고사를 고집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