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14 22:02
수정 : 2009.04.14 22:03
사설
북한이 어제 6자 회담을 전면 부정하고 핵 자위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외무성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은 북한의 로켓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에 위배된다고 규탄하는 안보리 의장성명이 발표된 데 대한 예고된 반발의 성격을 띤다. 북한은 진작부터 안보리에서 로켓에 대한 논의만 이뤄져도 6자 회담은 없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반발 강도가 예상외로 세다. 북한은 성명에서 “이런 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을 것이며 회담의 그 어떤 합의에도 더이상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핵시설 원상복구와 정상가동, 폐연료봉 재처리 등을 공언했다. 지난 5년 동안 북핵 등 한반도 관련 문제를 푸는 외교적 틀로 자리 잡은 6자 회담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올바르지 않은 행위다.
북한은 이참에 6자 회담 대신 북-미 양자회담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북한이 6자 회담에 불참하는 이유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과 함께 미국이 아닌 일본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는 데서 이런 뜻이 읽힌다. 북한은 일본에 대해 “처음부터 6자 회담에 악랄하게 훼방을” 놓고 “이번 위성 발사를 걸고 우리에게 공공연히 단독 제재까지” 가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에 대한 비판은 애써 자제했다. 위기를 고조시키면서 북-미 협상을 통해 담판을 짓겠다는 뜻이다. 이런 태도는 상당히 위험하다. 북-미 협상이 6자 회담을 대체할 수 없는 것은 물론 한반도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로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즉각 6자 회담에 복귀하는 것이 순리다.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6자 회담을 제 궤도에 올려놓으려면 참가국들의 일치된 노력이 필수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거꾸로 간다. 정부는 어제 오후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 참여하겠다는 방침을 최종 결정했다. 북쪽은 남쪽이 이 구상에 전면 참여할 경우 “선전포고로 간주해 즉시 단호한 대응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정부는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이전부터 검토해온 사안을 실행에 옮기는 것뿐이라고 하지만, 결정 시기와 정황으로 볼 때 대북 제재 성격이 강하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에 반발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우리 정부가 앞장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이 합리화되지는 않는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