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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14 22:04 수정 : 2009.04.14 22:04

사설

한나라당이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비정규직법의 시행 시기를 4년 유예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으로 정부의 비정규직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상태에서, 한나라당은 법 시행 시기 자체를 아예 4년 늦추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한나라당 방침대로라면, 6년 동안은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비정규직법 시행이 4년 늦춰지면 그 시기는 2013년이 된다. 간단히 말해, 이명박 정권에서는 비정규직법을 아예 시행하지 않겠다는 것과 똑같은 이야기다. ‘뜨거운 감자’를 일단 다음 정권으로 넘겨놓고 보겠다는 무책임한 발상이 놀랍다.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이유 역시 그동안 계속 제기돼온 ‘7월 고용대란설’의 연장선상에 있다. 정규직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 등으로 기업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량해고할 위험이 있으니 일단 피하고 보자는 이야기다. 이런 접근법은 현실적으로나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비정규직법 때문에 고용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정부여당의 주장이 과장된 것임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다. 게다가 법 시행 시기를 무작정 늦춘다고 비정규직 고용이 보장되지도 않는다. 경영사정이 악화한 기업은 사용기간에 관계없이 비정규직부터 줄이려고 하는 게 냉엄한 현실이다. 그나마 이 법이 가져온 긍정적 효과인 정규직 전환 효과만 없앨 뿐이라는 게 노동계의 일치된 견해다.

한나라당의 방침대로 법 시행 시기를 4년 뒤로 늦춘다고 하자. 그때가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고 보장할 수 있는가. 4년 뒤에도 또다시 ‘도돌이표’로 똑같은 상황에 직면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오히려 비정규직법을 완전히 누더기로 만들면서 법의 애초 목적과 입법 취지만 바래게 할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비정규직법에 대한 신뢰는 이미 훼손될 대로 훼손됐다.

비정규직법은 애초 제정될 때부터 장단점이 예고돼 왔다. 따라서 정부 여당이 지금 신경을 써야 할 대목은 장점은 더욱 살리고 단점은 보완해 나가는 것이다. 직접고용 대신 간접고용이 늘어나는 현상을 제도적으로 막고, 정규직 전환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등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최대 과제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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