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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15 21:34 수정 : 2009.04.15 21:34

사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어제 처음으로 수능 성적에 대한 분석 결과를 내놨다. 그동안 공개를 극구 반대한 평가원이지만, 김성열 원장은 공개할 때의 이익이 공개하지 않을 때의 이익보다 훨씬 크다고 강변했다. 학교간·지역간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 실질적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당국마저 이러하니 세상에 믿을 게 없다.

물론 학력 격차는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격차는 다른 평가에서도 이미 확인되는 것들이다. 도농 학교 간의 격차, 유명 특목고의 있고 없음에 따른 격차, 공사립 간의 격차 따위가 그것이다. 요컨대 공부 잘하는 학생, 사회경제적 배경이 좋은 학생을 뽑으면 학교 성적이 좋아진다는 내용이다. 새로울 게 하나도 없는 현황이다. 정부는 지난번 임실의 경우처럼 학교장의 리더십에 따른 학력 신장 사례를 발견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례는 찾기 어렵다. 거창이나 장성, 가평, 김포, 횡성 등의 성적이 최상위권에 속한 이유는 특목고나 자사고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자료를 갖고 학력 차를 줄이는 실질적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건 그야말로 기만이다. 그것이 수능 성적 공개의 가장 중요한 이유지만, 이번 분석을 통해 얻은 자료로는 어떤 유의미한 대책도 세울 수 없다. 학교와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 지역적 특성 따위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수능 성적 공개는 그저 지역별·학교별 순위만 드러낼 뿐이다.

결국 정부가 교육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능 성적 공개를 강행한 것은 학교와 학생을 살인적인 경쟁 구조 속으로 밀어넣겠다는 동기밖에 없다. 경제에서도 실패한 시장만능주의를 교육에 적용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교육에선 최소한의 시장원리도 작동하지 않는다. 학교가 서열화하면, 성적이 낮은 학교는 아예 슬럼화하거나 공동화한다. 학생도 배제된다. 교육의 목표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자원의 적재적소 배분이라는 시장의 최소 기능조차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매번 그럴듯한 목표로 국민을 현혹했다. 그러나 수단과 정책은 정반대 방향으로 갔다. 절반 사교육비를 내세우고는 사교육비 두 배 정책을 추진하고, 교육 격차 해소라는 깃발 아래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켜 왔다. 수능 성적 공개도 좋은 실례다. 국민의 바람에 따르진 못해도 기망만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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