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15 21:35
수정 : 2009.04.15 21:35
사설
4·29 재·보궐선거가 후보등록을 마치고 오늘부터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간다.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라는 점에서 오래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여야가 모두 퇴행적인 정치행태를 보이면서 선거구도 자체가 매우 기형적으로 변질돼 버렸다. 각기 집안싸움에 골몰하면서 정상적인 의미의 여야 대결 구조도 실종됐다.
특히 야당의 지리멸렬한 모습은 실망스럽고 한심하다. 이번 선거를 야당의 주장처럼 ‘현 정권 심판의 장’이라고까지 확대해석하고 싶지는 않다. 고작 선거구 5곳의 투표 결과에 따라 정치지형이 확 바뀌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실망한 유권자들 중 상당수는 ‘야당의 분투’를 기대했다. 비록 ‘희망의 구심점’까지는 못 되더라도, 정부 여당의 질주와 민주주의의 후퇴에 좀더 힘 있게 제동을 거는 발판을 마련하길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야당이 애초 공언했던 ‘반엠비 전선 구축’은 언감생심이요, 오히려 자기네 코가 석 자인 형국이다.
우선 민주당을 보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무소속 출마에 더해 신건 전 국정원장까지 전주 완산갑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텃밭’ 두 곳이 모두 ‘민주당 대 무소속 연대’의 집안싸움 양상으로 번져 버렸다. 그렇잖아도 정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는 ‘강하고 단합된 야당’을 염원하는 지지자들의 희망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거기에 신 전 원장의 무소속 출마까지 겹치면서 내부 상처는 더욱 깊어졌고, 당의 앞길도 험난해졌다. 가뜩이나 ‘노무현 쇼크’의 ‘외우’에 휩싸인 민주당은 집안싸움이라는 ‘내환’까지 겹쳐 사분오열, 지리멸렬한 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보 진영의 후보 단일화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울산 북구도 민주노동당 김창현,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의 각개약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아직도 극적인 단일화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비관적인 전망이 만만찮다. 이곳의 후보 단일화 여부는 내년의 지방선거 구도, 진보 정당의 진로 문제 등을 점쳐볼 수 있는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고 실망스럽다. 진보 진영을 성원하는 유권자들이 투표 과정에서 겪게 될 혼란과 실망감이 어떨지를 두 후보는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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