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16 21:27
수정 : 2009.04.16 21:27
사설
정부가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면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 참여한다’는 방침을 정해놓고도 발표를 두 차례나 미뤘다. 처음엔 북한의 로켓 발사 직후(5일)에 한다고 예고했다가 유엔 안보리의 의장성명 발표(14일) 직후로 미루더니, 어제 다시 주말께로 연기했다. 발표를 미룬 이유도 기관과 사람에 따라 제각각이다. 외교통상부 쪽은 ‘대북 현안의 하나’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주변국과 협력 절차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나, 통일부 쪽은 그 대북 현안엔 변화가 없다고 외교부 쪽 설명을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들 말도 엇갈린다. 도대체 한 정부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다.
피에스아이에 참여하는 논리도 오락가락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여야 정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북한 로켓 발사와는 관계없이 대량파괴무기 확산 방지와 테러 방지 등 국제협력 차원에서 검토해 온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고위 당국자는 어제 “안보리 성명이 나오고 북한이 반발하는데 바로 하는 것은 모양새가 안 좋다”고 사실상 대북 압박 조처의 하나임을 시인했다.
정책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정부는 피에스아이에 전면 참여해도 공해에서는 이를 적용할 수 없고 영해에서는 남북해운합의서를 활용하면 되므로, 전혀 북쪽을 자극하거나 무력충돌이 일어날 위험이 없다고 설명한다. 정부 스스로 실익이 없음을 확인한 셈이다. 그래도 정부는 94개국이 참가하는 국제규범이며 미국도 이를 제도화하려고 하므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는 북한을 비롯해 이란·쿠바 등 이른바 ‘불량 국가’에 대한 정책 기조를 ‘압박과 제재’에서 ‘대화와 협력’ 쪽으로 크게 조정하는 중이다. 전임 조지 부시 정부와 달리 피에스아이에 큰 비중을 두지도 않고 우리 쪽에 참여를 적극 권하지도 않는 상황이다.
정부의 이번 피에스아이 혼선은 치밀한 전략이나 충분한 준비도 없이 대북 강경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불거진 ‘정책 참사’다. 정부는 명분도 실익도 없는 피에스아이 전면 참여 방침을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거둬들여야 마땅하다. 일부 강경론에 휩쓸려 계속 밀고 나간다면 북쪽에 대응 카드를 하나 더 안겨주고 남북관계만 더 악화시킬 뿐이다. 이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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