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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19 21:27 수정 : 2009.04.19 21:27

사설

엊그제 〈한국방송〉(KBS) 2티브이의 음악 프로그램 ‘이하나의 페퍼민트’가 종방됐다. 시작한 지 불과 5개월 만의 퇴장이다. 낮은 시청률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미심쩍다. 전신인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끝내면서 그들이 내세운 핑계는 비용 문제였다. 러브레터는 음악 프로그램으로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윤씨는 대표적인 ‘촛불가수’였다. 지금까지 촛불시위에 대한 보복극이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국민가수’ 윤씨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다. 또다른 촛불가수 신해철씨 역시 자신이 진행하던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고스트 스테이션’에서 하차했다. 신씨는 최근에야 윤씨와 같은 이유로 쫓겨났음을 실토했다. 이하나씨는 지난 3월 윤씨와 함께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 사회를 봤다. 이 행사는 애초 약속했던 지원을 시상식 일주일 전에 번복할 정도로 정부의 눈밖에 나 있었다.

대중문화계에 대한 순치 작업을 우려하는 소리가 커지는 건 이런 까닭이다. 윤씨의 경우 대중음악계의 군기를 잡기 위한 본보기로 꼽힐 만하다. 그는 8집 앨범 <공존> 발매를 앞두고 이미 약속이 잡혀 있던 케이비에스 방송 프로그램 출연이 잇따라 취소되기도 했다. 8집엔 청년실업 문제나 용산참사와 관련한 철거민의 애환 등을 그린 새 노래가 일부 실려 있다. 게다가 케이비에스 심의실은 8집의 타이틀곡 ‘아직도 널’의 뮤직비디오에 대해 한때 방송 불가를 결정했다. 흔한 사랑 노래이고, 사랑과 이별을 그린 영상이었지만, 마지막 장면에 밴드 멤버들이 노란선을 밟고 걷는 것이 문제였다. 심의실은 이것이 교통법규 위반을 조장할 소지가 있다고 보았다. 말문이 막히는 억지였다.

문화방송의 앵커 교체 사건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을 뿐, 이 정도면 갈 데까지 갔다고 봐야겠다. 방송 장악에 그토록 필사적이었던 이 정권의 원모심려가 대중문화 길들이기에까지 미쳤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른바 한류의 중심인 대중문화를 죽이는 길임을 왜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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