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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20 20:44 수정 : 2009.04.20 20:44

사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법원은 검찰 주장과 달리 박씨에겐 허위라는 인식이나 공익을 해할 목적이 없었다고 판시했다. 박씨의 글 내용대로 지난해 7월 외화예산 환전업무가 중단됐고, 12월 말엔 정부가 금융기관에 달러 매수를 자제하라는 요청을 한 사실이 있었다는 지적도 했다. 허위사실 유포의 죄를 저질렀다고 볼 일이 발견되지 않았으니 형사소송법상 당연히 무죄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그런 당연한 결과가 새삼 돋보이는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표현의 자유에 대한 비상식적인 통제와 압박이 끊이지 않은 탓일 것이다.

사실 이번 사건은 애초 기소는 물론 수사 대상도 되지 말아야 했던 일이다. 언론·표현의 자유는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서 다른 어떤 권리보다 앞서 보호받고 보장받는 기본권이다. 쌍방향 소통으로 민주주의의 공론장 구실을 하고 있는 인터넷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하다. 박씨의 글 역시 그렇게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여론 과정의 하나였을 뿐이다. 이를 정부와 다른 말을 했다고 처벌하려 들었으니,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게 된다.

검찰이 이를 위해 수십년 전에 만들어진, 사문화된 조항을 들이댄 것도 위헌적인 행태다. 검찰이 박씨에게 적용한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은 애초 지금 같은 인터넷 시대에 적용하려 한 규정이 아니다.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다는 규정도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매우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고 지적해 놓았다. 그러지 않으면 권력이 멋대로 남용하거나 국민 스스로 지레 위축될 위험이 큰 탓이다. 헌법상 기본권을 하위법으로 통제하려는 것부터가 경찰국가적 발상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법원이 이번에 이 법에 대한 위헌심판제청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아쉽다. 다만, 검찰이 적용한 법 조항을 법원이 엄격히 해석해 그 남용을 막은 것은 다행이다. 행정부가 법을 멋대로 휘둘러 국민의 입을 막으려 한다면, 온당한 법적 절차를 통해 그런 시도에 제동을 걸고 그 피해를 바로잡는 게 사법부의 당연한 책무이기도 하다.

검찰은 촛불집회 참가자 여럿도 전기통신기본법을 적용해 기소했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위헌 시비를 벗어날 수 없다. 이들에게도 법원의 용기 있는 판단이 내려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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