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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20 20:45 수정 : 2009.04.20 20:45

사설

정부가 시민사회단체들에 대한 정부보조금 지급의 전제조건으로 불법시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준법서약서’를 받고 있다고 한다. 발상의 치졸함이나 시대착오적인 행태가 놀라울 뿐이다. 준법서약서가 무엇인가? 과거 국가보안법이나 집시법 위반 수형자들을 가석방할 때 준법서약서를 받도록 한 제도를 놓고도 양심의 자유 침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래서 이 제도도 이미 사문화된 지 오랜데, 새 정부에서 난데없이 준법서약서가 등장한 것이다.

준법서약서 내용을 보면, 과거 불법시위 활동 전력이 없음을 확약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도 불법시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도록 돼 있다. 정부가 말하는 불법시위가 ‘촛불시위’를 지칭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촛불시위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정부의 주장처럼 불법시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직접민주주의를 꽃피운 시민의 축제’로 보는 시민사회단체들도 많다. 그런데 정부는 ‘돈 몇 푼’을 미끼로 ‘양심’을 팔라고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자신의 신념과 어긋나게 법의 준수 의사 표시를 강요하는 점에서 ‘전형적인 양심 침해 행위’이다. 시민단체들이 준법서약서에 대해 “지난해 촛불집회를 불법이라고 인정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은 너무 당연하다. 게다가 정부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의 개별적인 ‘시위 참여’까지도 단체한테 책임을 묻겠다는 태도다.

정부가 시민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마치 선심이나 쓰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문제다. 그 돈은 정권 담당자들의 개인 돈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거둔 세금을 사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 대목을 착각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지원을 요청한 사업도 대부분 공익 목적의 활동이고, 정부의 손길이 채 미치지 않는 곳을 대신해서 나선 경우도 적지 않다.

시민사회단체가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게 과연 옳은지를 놓고는 원론적인 찬반양론이 존재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정부가 준법서약서 따위를 미끼로 시민사회단체들을 길들이려는 행동은 용납하기 힘들다. 정 마음에 들지 않는 단체라면 아예 처음부터 보조금을 주지 않으면 그만 아닌가. 정부보조금의 ‘코드 지원’ 논란을 빚어온 정부가 계속 지원금을 갖고 ‘장난’을 치는 모습은 정말 보기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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