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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20 20:46 수정 : 2009.04.20 20:46

사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장 이래 국제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주요·신흥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의 새로운 외교를 선보인 오바마는 러시아에 핵무기 감축을 제안하고 오랜 적대국 이란·쿠바와 관계개선 뜻을 밝힌 데 이어, 그제 막을 내린 제5차 미주정상회의에선 갈등관계에 있던 중남미 여러 나라와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성공했다.

오바마는 이번 회의에서 지나친 간섭으로 일관한 미국의 중남미 정책에 선을 긋고 ‘새로운 협력과 동반자 관계’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세기에 걸친 미국과 중남미의 관계사는 칠레의 아옌데 정부 전복, 그레나다 침공, 중남미 국가에 대한 저강도 전쟁, 50년 가까운 대쿠바 금수조처 등에서 보듯 고통스런 갈등으로 점철돼 있다. 특히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정권의 전복을 기도하고, 이 지역 지도자들의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미주자유무역지대를 밀어붙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대에 두 지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오바마는 이런 과거와 단절하고 새 시대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미국의 이런 변신은 물리력에 의지한 일방주의적 대외정책에 대한 반성에서 나왔다. 우월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를 압박하는 하드파워 중심의 대외정책은 국제적 불화와 갈등만 야기했을 뿐 미국의 국가이익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했다는 게 오바마 정부의 인식이다. 오히려 상대국을 존중하며 소프트파워를 활용할 때 더 나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소프트파워 외교는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란이 미국의 관계개선 의지에 화답하고, 쿠바도 자국내 인권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의 강력한 비판자인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번 회의 뒤 새로운 시대의 도래에 대한 희망을 피력하면서 단절됐던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복원하기로 했다.

물론 미국의 새 대외전략의 장기적 성과를 속단하긴 이르다. 그러나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상생과 협력을 추구하는 오바마 정부의 대외전략은 세계가 독백이 아닌 대화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런 대화의 시대에 한반도만 외톨이로 남아서는 안 된다. 북한은 하루빨리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하며, 남한은 그 여건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도 스마트하게 미국의 스마트외교를 활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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