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4.21 22:29 수정 : 2009.04.21 22:29

사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오늘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비준동의안 상정 자체가 원천무효라고 주장하지만 회의장에서 퇴장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상임위 통과를 용인할 방침이다. 그러면 수적으로 우세한 한나라당이 밀어붙일 경우 언제든지 본회의 통과가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어떤 식으로든 재협상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는 ‘재협상’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지만 여러 차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등 내용 수정 의사를 분명히했다. 특히 한국 내 미국 자동차 점유율 확대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이 허용되지 않으면 협정안을 비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어차피 협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재협상이냐 추가협상이냐는 형식상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미국은 이미 발효된 지 15년이 지난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수정하기 위해 캐나다와 멕시코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빨리 비준하면 미국이 협정을 그대로 받아줄 것이란 생각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기존 협정이 국익에 맞는 것인지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재협상 불가론과 조기비준론만 고수하다가 실리를 다 내주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바란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재협상을 않는다는 명분으로 추가협상을 하다가 미국 요구만 일방적으로 들어주는 일이다. 우리가 먼저 비준을 하고 추가협상을 할 경우 정책 주권을 위협하는 투자자-국가 소송제, 시장개방을 되돌릴 수 없도록 하는 래칫 조항, 다른 나라에 부여하는 특혜를 자동으로 허용하는 미래의 최혜국 대우 등 독소조항에 대한 수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신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에서 일방적인 양보만 할 가능성이 크다.

오는 6월 한-미 정상회담을 겨냥해 비준을 서두르겠다는 발상부터 버려야 한다. 섣부른 조급증이 소탐대실을 부를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쇠고기 개방을 서두르다가 촛불시위로 정권이 흔들리는 위기를 겪지 않았던가. 민주당 등 야당도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철저하게 국익을 따져 독소조항의 수정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여당과 밀고 당기는 척하다가 슬며시 비준을 용인한다면 그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