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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21 22:31 수정 : 2009.04.21 22:31

사설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들이 모여 전국법관회의를 열었다. 법원이 위태로울 때 열리는 회의가 6년 만에 소집됐으니, 사법부가 지금 처한 신뢰 위기가 그만큼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회의에선 그런 우려와 함께 재판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들이 논의됐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이번 회의를 소집한 계기였던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독립성 훼손에 대해선 뜻을 모은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이유가 없진 않겠지만, 그의 잘못에 대해 사법부가 분명한 입장을 정하지 않는다면 제도 개선도 무의미한 땜질 처방에 그칠 수 있다.

촛불사건 재판에 개입한 신 대법관의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데 대해선 법원 안팎에서 이견을 찾기 어렵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법원행정처가 전국 법원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했더니, 신 대법관의 행위가 명백한 재판 관여이며 마땅히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절대다수였다고 한다. 회의에서도 신 대법관의 행위가 재판 독립성 침해가 아니라는 의견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는 헌법 명문 규정을 어긴 일이다. 법원 밖은 물론 판사들까지 신 대법관의 용퇴를 촉구하고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런데도 신 대법관은 이런 요구에 귀 막은 듯 요지부동이다. 대법관이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되고 법관징계위원회의 징계 대상이 된 것이 사상 초유의 일인데도, 구차하게 논의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태도다. 그가 그런 절차를 거쳐 정직·감봉·견책 따위 징계를 받은 뒤 다시 재판에 관여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있다.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으면 법관을 파면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도 그런 ‘버티기’의 배경이 되는 듯하다. 안 될 일이다. 그랬다가는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그러잖아도 신 대법관에 대한 기피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사법제도의 보루이자 정점인 최고법원에 요구되는 도덕적·법적 기준이 일반인과 같을 순 없다. 대법관에겐 한 치의 허물도 용납하지 않는 엄격한 도덕률이 요구된다. 그런 허물은 자신뿐 아니라 사법부 전체의 권위와 신뢰를 추락시키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 신 대법관의 처신은 스스로뿐 아니라 사법부 전체를 욕되게 하는 일이다. 사법부의 명예와 헌법 가치가 더 훼손되지 않도록 스스로 사퇴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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