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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22 21:39 수정 : 2009.04.22 21:39

사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인 그제 남북 당국자 접촉에서, 북쪽이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한 모든 제도적 특혜조처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협상을 제안했다. 남북관계가 나쁜 상황에서 경제 문제에 초점을 맞춘 게 다소 의외지만, 북쪽이 ‘현찰 수입’에만 관심이 있다고 볼 일은 아닌 듯하다. 일단 대화의 물꼬가 트였다고도 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고 전향적인 대응이 필요한 때다.

북쪽 태도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모두 지나치다. 남북이 합의한 개성공단 토지임대차계약과 토지사용료 유예기간을 마음대로 바꾸겠다는 것인데다, 그대로 된다면 남쪽 업체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북쪽 노동자 임금을 ‘현실에 맞게’ 올려 달라는 요구 역시 연간 임금 인상률을 제한한 합의에 어긋난다. 자신의 뜻을 일방적으로 통고한 것도 비상식적이다. 이렇게 자의적으로 행동해서는 공단 운영의 안정성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북쪽의 진정한 의도가 뭔지도 명확하지 않다. 중국·베트남 등과 비교해 남쪽 기업에 많은 혜택을 준다고 보고 기존 틀을 바꾸려는 것일 수 있지만, 개성공단 사업을 어렵게 만들어 남쪽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시도일 가능성도 있다. 좀더 정치적으로 해석한다면 미국과의 협상을 한가운데에 놓고 남북관계를 일정 수준으로 묶어두기 위해 난제를 던진 것일지도 모른다. 주목되는 것은 북쪽이 ‘남쪽이 적대정책을 펴 남북관계가 나빠진 상황에서 특혜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는 논리를 편 점이다. 남북관계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북쪽 의도가 무엇이든 우리 정부와 기업이 협상 자체를 거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순전히 경제적인 문제라면 대화를 해서 합리적인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협상 과정에서 쟁점이 분명히 드러날 수 있다. 북쪽 의도를 재느라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서는 개성공단 사업을 더 불안하게 할 뿐이다.

나아가 정부는 이번 일을 남북관계 개선 계기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아무리 정경분리를 외치더라도 개성공단 사업은 전반적인 남북관계와 분리될 수 없다. 남북관계가 좋아야 공단 사업이 활발해지고 공단이 남북관계 악화를 막는 안전판이 되기도 한다는 뜻이다. 대화 틀이 잡히고 나면 당연히 의제를 다양하게 확장할 수 있다.

억류자 석방과 피에스아이 배제로 분위기 조성을


대화가 순조롭게 출발하려면 남북이 함께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가장 급한 사안이 북쪽에 3주 이상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아무개씨의 석방이다. 북쪽이 유씨에 대한 접견권도 인정하지 않고 장시간 구금하면서 남북 협상을 요구해서는 진의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남쪽 또한 북쪽이 그토록 경계하는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카드를 분명하게 접어야 한다.

그간 남북관계가 나빠진 데는 양쪽 모두 잘못이 있지만, 책임 소재를 따지기에 앞서 이제 국면을 바꿔야 한다. 특히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를 앞장서서 개선한다는 일관된 전략 아래 기회를 최대한 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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