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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23 21:44 수정 : 2009.04.23 21:44

사설

박연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노무현 전 대통령 쪽엔 날카로운 칼날을 깊숙이 들이대는 반면 이명박 정부 쪽 인사들에 대해선 분명한 의혹까지 모르쇠로 눈감으려 한다는 비판도 있고, 정치 상황이나 정권 주변 기류를 의식해 수사 속도나 방향을 조절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여권에서도 검찰이 정치적 논란이 큰 사건을 정면돌파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있다고 한다. 뭉뚱그리자면 검찰이 수사 대신 정치에 신경을 쓴다는 얘기다.

검찰이 지금 하는 일들을 보면 그런 말들이 나오게도 생겼다. 얼마 전 검찰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에게 줬다는 500만달러를 아들 노건호씨가 사실상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상식적으로 아들이 뭉칫돈을 받아 썼는데 아버지가 몰랐겠느냐’는 태도를 보였다.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가 받았다는 100만달러에 대해서도 비슷한 논리였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이를 입증할 분명한 증거는 내놓지 않았다. 옳지 않은 태도다. 검찰은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나,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의혹 사건에선 그런 논리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검찰이 내비친 게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노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가 된다. 그런 증거는 수사 결과로 내놓을 일이지, 은근히 흘려 기정사실로 만들려 할 게 아니다. 정치공세라면 그렇게 정황과 분위기 따위로 얼렁뚱땅 넘어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엄정해야 할 검찰 수사가 그래선 안 된다.

그러잖아도 검찰이 사건의 본질을 정면으로 다투기보다 흠집 내기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있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 말을 따 수사 진행 상황을 전하는 보도들이 검찰의 ‘언론 플레이’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그런 식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여론을 이끌면서 혐의를 받는 쪽을 도덕적·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검찰로선 당당하고 품격 있는 모습이 아니다. 검찰은 또, 별다른 단서가 없는데도 노 전 대통령의 딸과 사위의 은행계좌 거래 명세까지 확보해 분석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 쪽을 압박하려는 먼지털기식 수사라는 반발을 살 만하다.

노 전 대통령과 그 주변의 비리 의혹은 한 점 남김없이 밝혀내야 할 엄중한 사건이다. 검찰도 자세를 가다듬고 사실과 증거로만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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