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24 22:18
수정 : 2009.04.24 22:18
사설
탤런트 장자연씨 자살 및 성접대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이 어제 수사를 마무리했다. 성접대의 대상이 됐다는 사람들 가운데 접대 강요 공범 혐의로 입건된 이는 둘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석연찮은 이유로 처벌을 면했다. 50일 가까이 떠들썩하게 수사한 것치고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결과다.
애초 이번 수사는 장씨가 죽음으로 고발한 우리 사회의 숨겨진 성상납 구조를 파헤치려 시작된 것이다. 이권과 편의를 대가로 여성의 성을 사고파는 유력 인사들의 행태를 낱낱이 드러내는 게 관건이었다. 경찰 수사는 그런 의혹에 변죽만 울리다 말았다.
경찰은 혐의를 받는 유력 인사들을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서 면죄부만 줬다. 대표적인 예가 장씨의 유서와 유족의 고소에 함께 거론됐다는 <조선일보> 유력 임원의 경우다. 경찰은 수사결과 발표 바로 전날에야 이 유력 임원을 방문해 짧게 조사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경찰은 그를 곧바로 불기소 처분하고 “혐의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사실일 수도 있겠지만, 일본으로 도피한 장씨의 전 소속사 대표 김아무개씨 조사가 아직 남아 있는 상황에선 성급한 결론이다. 고작 그 정도 조사로 ‘장씨가 왜 하필 그런 저명인사를 거론했겠느냐’는 기본적 의문이 해소됐다고 볼 순 없다. 경찰은 그동안 그를 비롯한 유력 인사 조사에 대해선 이리저리 말을 바꾸며 감싸는 등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전직 대통령의 소환조사가 거론되는 마당에, 성접대 혐의를 받는 유력 인사에 대해선 방문조사조차 제때 못했다고 한다. 이러니 조사가 제대로 됐을 리 없다. 경찰 수사에 다른 외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경찰이 성접대 의혹 수사 대신 곁가지인 문건 유출 경위에 매달린 데 대해서도, 엉뚱한 눈치를 보느라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경찰이 핵심 인물인 김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요청 공문을 일본 법무성에 전달한 것도 수사 착수 한 달여 뒤, 김씨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 열흘이나 지난 뒤였다. 늑장 수사다. 그러면서 경찰은 부실한 수사 결과를 김씨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이번 사건 수사가 여기서 그쳐선 안 된다. 여론의 관심이 멀어지면 흐지부지되는 전례가 또다시 되풀이되면, 음지에 숨은 권력의 잘못된 행태는 영영 바로잡기 어렵게 된다. 마땅히 재수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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