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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24 22:20 수정 : 2009.04.24 22:20

사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결국 조선대학교에 임시이사를 파견했다. 학교 구성원과 지역사회가 간절히 바랐던 학교 정상화는 다시 무기한 미뤄졌다. 옛 비리재단이 퇴진한 뒤 이들은 20여년간 피나는 노력으로 학사운영은 물론 연구역량, 교육환경 등에서 모범적인 사학으로 거듭났던 터였다. 정상화하지 않을 이유가 전무한데도 법조인 등으로 이루어진 사분위 다수파는 정부 뜻에 맹종했다.

임시이사 중에서 옛 비리재단 관계자들은 배제하고, 임기를 6개월로 한정한 것만은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학교 정상화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뜻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6개월 임기는 공교롭게도 지난 정권 때 선임한 1기 사분위 위원의 임기 만료와 겹친다. 결국 이명박 정부에 우호적인 위원들로 구성되는 2기 사분위에서 조선대 문제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니 특별한 의미는 없다.

정부 의지는 사분위가 제출한 임시이사 후보 명단에서 잘 드러난다. 최악의 부정부패로 물러난 옛 재단 박씨 일가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나 여권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조선대를 옛 비리재단에 맡기겠다는 뜻이 아니라면 그럴 순 없다. 학교 쪽 반발이 워낙 강하자 사분위가 일단 문제 인물을 배제했지만, 한시적일 뿐이다. 이 정부의 뜻은 바뀌지 않았다.

정부는 설립자 프리미엄을 주장한다. 그러나 박씨는 설립자도 아니려니와, 학교는 일단 설립되면 개인 재산이 아니라 사회 재산이 된다. 조선대는 7만여명에 이르는 시민이 낸 성금으로 설립됐다. 박씨는 이승만 정권의 비호 아래 학교 역사에서 설립동지회나 이들의 성금 갹출 내용을 삭제하고, 자신이 이 학교를 설립한 것으로 정관을 변조해 조선대를 사유물로 만들었다. 그후 그는 일가친척을 요직에 앉혀 학교 재산을 마구 빼돌리고, 학생 및 교직원 부정 선발·채용 등을 통해 거액을 챙기는 등 학교를 황폐화시켰다. 결국 민주화 과정에서, 박씨 일가는 40여건에 이르는 부정과 비리가 적발돼 쫓겨났다. 이들이 법원 판결에 따라 지금도 갚아야 할 배상금만 200여억원에 이른다.

박씨 일가의 조선대 왕국은 독재정권의 유산이었다. 사학의 모범으로 거듭난 지금의 조선대는 민주화의 성과물이다. 이 소중한 성과를 무효화하는 정부는 부패재단과 초록은 동색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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