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26 21:57
수정 : 2009.04.26 21:57
사설
드디어 오는 30일이면 역사상 세번째로 전직 대통령이 검찰청사로 출두하는 불행한 장면이 되풀이될 모양이다. 한때 국가 최고지도자를 지낸 사람이 초라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나오는 모습을 지켜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착잡하고 심란하다. ‘30일 오후 1시30분 서초동 대검 청사’에 쏠리는 눈과 귀는 비단 국내뿐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소환은 나라 밖에서도 큰 화제가 될 게 분명하니 더욱 얼굴이 화끈거린다.
하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졌고, 지금부터가 오히려 중요하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오로지 엄정한 법과 원칙, 구체적 증거, 그리고 양심에 입각해 이뤄져야 한다. 거기에 눈곱만큼의 은폐와 축소가 있어서는 안 되고, 거품과 과장이 끼어들어서도 안 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온전한 진실’을 드러내는 일이다. 100만달러를 요구한 사람은 누구이고 사용처는 어디인지, 연철호씨가 받은 500만달러의 실제 주인은 누구인지 등 노 전 대통령과 검찰 양쪽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부분들이 명쾌히 규명돼야 한다. 이런 모든 의문점들이 명백히 밝혀진 토대 위에서 포괄적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등도 잘 따져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 전 대통령과 검찰 모두 성실하고도 진지한 자세가 요구된다. 물론 노 전 대통령에게는 자신을 법률적으로 방어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은 다른 혐의자들과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아는 것을 모른다고 발뺌하거나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도망치려는 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검찰 역시 조직의 자존심 따위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는 사안이 너무 중대하다.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으나 옳지 않다. 미리부터 구속이냐 불구속이냐를 정해놓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불구속론자들은 겉으로는 국가 위신 따위를 앞세우고 있지만, 나름의 계산도 엿보인다. 노 전 대통령이 이제 흠집이 날 만큼 났고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무력화됐으니, 구속수사로 괜한 동정심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것은 아닐까. 분명한 것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특권을 부여해서도 안 되며, 반대로 역차별도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의 신병처리는 오직 투명한 법 절차와 냉철한 법률 적용을 통해서만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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