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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27 21:17 수정 : 2009.04.27 21:17

사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최근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울산 북구 지역에 진보 진영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후보가 나란히 출마해 ‘진보 내전’을 벌이고 있는 것을 겨냥해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이념 투쟁으로 망한다고 하더라”고 야유한 바 있다. 이런 조롱을 비웃기라도 하듯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선거를 사흘 앞둔 지난 26일, 극적으로 후보 단일화를 이뤘다. 두 당은 여론조사를 벌여 김창현 민노당 후보를 근소하게 앞선 조승수 진보신당 후보를 단일 후보로 확정했다. 조 후보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 단일화는 조승수의 승리가 아니라 김창현 후보와 민노당·진보신당의 승리”라며 상대방에 고마움을 표시했고, 김창현 후보도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 사퇴를 선언하며 화답했다.

두 진보 정당의 후보 단일화는 모처럼 진보권이 같은 것을 앞세우고 차이를 뒤로 물리는 ‘구동존이’의 정신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구나 두 후보는 지난해 민노당 분당 사태에서 가장 핵심 노릇을 했던 사람들이다. 지난해 4·9 총선을 앞두고 민노당의 비주류인 평등파가 주류인 자주파를 ‘종북주의’로 비판하면서 비롯한 내분으로 분당 사태가 벌어졌고, 진보 진영은 총선에서 참패했다. 단일 대오로 임한 17대 총선에서 전국 득표율 13%에 지역구 2명, 비례대표 8명이 당선되는 대약진을 했으나, 분당으로 선거를 치른 18대에서는 민노당이 지역구 2석, 비례대표 3석과 득표율 5.7%를 올리고 진보신당은 의석 없이 2.9%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두 당이 이번에 후보 단일화를 이룬 데는 ‘분열하면 패한다’는 총선 학습효과 외에, 단일화하면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큰 노동자 밀집지역인 울산이라는 지역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노동자의 삶이 어느 때보다 위협받고 있는 절박한 현실도 단합의 밑거름이 됐다. 아울러 진보 진영의 후보 단일화는 같은 정치세력 안의 갈등 양상으로 치닫던 이상한 4·29 재보선 구도를 정책 대결 쪽으로 바로잡는 효과도 가져왔다.

이번 후보 단일화가 당장 두 당의 ‘재결합’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두 당은 이번 일을 큰 어려움에 처한 기층 민중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진보 진영 대단합을 위한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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