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27 21:18
수정 : 2009.04.27 21:18
사설
멕시코에서 발생한 돼지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망자가 100명을 넘었다. 미국, 캐나다, 스페인, 콜롬비아 등으로 확산되면서 감염 의심 환자도 1600명을 넘어섰다. 미국은 이미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무엇보다 확산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치사율이 높다는 것이 위협적이다. 걱정되는 것은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미국의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에서 감염자들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지금으로서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돼지인플루엔자가 국내에 들어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보건당국은 공항 입국자 전원을 대상으로 발열 여부를 감시하고 있지만 정확한 체온 측정은 이뤄지고 있지 않다. 또 멕시코를 다녀온 사람들에 대한 별도 조처가 마련돼 있지 않다. 다만 검역대를 통과할 때 자진 신고하도록 유도하고 있을 뿐이다. 신속진단 키트 등을 이용해 멕시코 여행자들을 정밀 검사할 수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그것만으로 감염자 입국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 돼지인플루엔자는 잠복기간이 있어 감염이 됐다 할지라도 열이나 기침이 없으면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국내에 감염자가 들어올 것이란 전제 아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초기 대응 체제다. 신속한 격리치료, 치료제 확보, 감염 경로 추적 등의 다차원적 체제를 갖춰야 한다. 우리는 지난해 4월 전북 정읍 오리농장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가 초기 대응 잘못으로 전국으로 확산된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런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치료제의 추가 확보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돼지인플루엔자 치료제라고 할 수 있는 ‘타미플루’와 ‘리렌자’를 인구의 5% 분량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선진국의 20%에 비해 크게 달리는 수준이다. 치료제 품귀에 대비해 물량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
세계 각국이 돼지인플루엔자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어 우리에게 당장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한번 환자가 발생하면 확산을 막기가 어렵다. 인플루엔자는 어떤 형태로 변종이 나타날지 알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한풀 꺾이는 듯하다가 내성을 갖춘 새로운 변종이 나타나면서 다시 급속하게 번지는 경우가 많다. 보건당국은 초기부터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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