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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28 22:27 수정 : 2009.04.28 22:27

사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가 사실상 폐지될 상황에 놓였다. 엊그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가 비투기지역 다주택에 한해 내년 말까지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부동산 투기를 부추길 뿐 아니라 조세 형평에 어긋나고 국회 입법권을 스스로 침해하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오늘 열릴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양도세 중과 폐지안을 깨끗이 철회하기 바란다.

양도세 중과는 3주택 이상 소유자들이 집을 팔았을 때만 해당된다. 집을 세 채 이상 가지고 있다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투기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투기로 벌어들인 불로소득을 근로소득과 똑같이 취급하겠다는 것과 같다. 이를 통해 경기를 살린다고 하지만 경기 회복은커녕 투기만 부추길 가능성이 더 크다.

투기지역의 다주택에는 양도세를 중과하고 비투기지역은 폐지하겠다는 것은 조세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양도세는 지방세가 아니라 국세다. 그런데도 지역에 따라 이를 차별적으로 부과하겠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또 투기지역 주택에만 양도세를 중과하겠다는 것은 비투기지역에서는 투기를 해도 된다는 말인데, 도대체 무슨 논리로 이런 불합리를 설명할지 궁금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방안이 조세법률주의에 정면으로 어긋난다는 점이다. 헌법 제59조에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투기지역에 한해 양도세를 중과하겠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행정 행위로 조세법률주의를 무력화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양도세가 중과되지 않는 비투기지역이라도 정부가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면 양도세를 더 내야 한다. 반대로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 양도세가 줄어든다. 국회 입법 절차 없이 행정 행위로 양도세 세율이 결정되는 셈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문제가 이렇게 꼬인 것은,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매달려 원칙을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양도세 중과 폐지를 밀어붙인 탓이 크다. 우왕좌왕했던 한나라당의 태도도 사태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해법은 간단하다. 더는 혼선을 빚지 말고 현행대로 양도세 중과 제도를 유지하는 길밖에 없다. 정부의 밀어붙이기에 굴복해 조삼모사식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를 폐지한다면, 국회는 스스로 입법권을 포기했다는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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