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28 22:28
수정 : 2009.04.28 22:28
사설
지엠대우가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됐다. 레이 영 지엠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는 그제 지엠 본사가 지엠대우에 대한 자금 지원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본사가 미국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국외 법인에 새롭게 투자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우려하던 상황으로 가고 있다. 지엠대우는 지난해 9000억원의 손실을 냈고 올해도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 환율 급등으로 인한 선물환계약 손실도 올해 1조~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당장 5~6월에 돌아올 선물환계약 8조9000억원의 만기 연장을 둘러싼 채권단과의 협상도 진통을 겪고 있다.
유동성 문제만이 아니다. 본사의 회생 여부도 불투명하다. 따라서 신차 개발과 판매망 등을 본사에 의존하고 있는 지엠대우의 운명을 쉽게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무턱대고 자금 지원에 나섰다가 채권단까지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잘못하면 막대한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무책임한 지원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오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초점이 지엠대우 공장이 있는 인천 부평을 선거구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지원유세에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지엠대우를 꼭 살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산업은행이 지분을 사들여 별도 법인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엠대우의 신기술 개발 및 유동성 지원을 위해 6500억원을 추가경정예산에 포함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여야의 이런 공약들이 얼마나 충분한 검토 뒤에 나왔는지 의문이다. 본사의 지원이 없고 구조조정 방안도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 지원부터 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뚜렷한 기준 없이 특정 기업에 자금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은 구조조정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무엇보다 생존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우선이다. 그다음에 단순한 운영자금 지원으로 그칠지, 출자전환 등의 구조조정을 할지, 인수합병(M&A) 방식을 취할지 등을 치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채권단 내부 논의는 물론 지엠 본사와 미국 정부를 상대로 길고도 복잡한 협상을 거칠 수밖에 없다. 지엠대우 문제는 지역 선거구민의 인기를 얻기 위한 정략적 계산으로 풀어갈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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