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29 22:06
수정 : 2009.04.29 22:06
사설
정부·여당의 <문화방송>(MBC)에 대한 겁박이 도를 넘었다. 최근 두 번이나 이 방송 본사 압수수색을 시도한 검찰은 ‘피디수첩’의 담당 피디와 작가를 그제 새벽 체포했다. 이춘근·김보슬 피디에 이어 이들 네 명이 체포됨으로써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다뤘던 제작팀 전원이 체포된 셈이다. 이에 앞서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고흥길 위원장은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법 일부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에 회부했다. 개정안은 법 15조에 2항을 신설해 문화방송을 감사원 감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정권이 눈엣가시인 문화방송을 굴복시키기 위해 총동원 태세로 나선 모양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더해 새롭게 등장한 방문진법 개정안 역시 이 방송을 옥죄려는 뜻에서 나온 것임을 제안자 자신도 숨기지 않는다. 진 의원은 “문화방송은 공공기관적 성격을 지닌 대표적 공영방송임에도 최근 각종 사회적 이슈에 대하여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송을 하지 못하고 편파 및 허위·과장 보도 행태를 보임으로써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하며, 감사원 감사를 통해 공영방송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부여하기 위해 법 개정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 방송에 재갈을 물려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 기능을 약화시키기 위해 감사원 감사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방송장악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법 개정안은 내용상으로도 무리하기 짝이 없다. 현재 문화방송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를 주요 목적으로 하는 방문진은 이 방송에 대해 해마다 정기감사를 실시한다. 감사원은 방문진에 대한 감사권을 갖고 있어, 문화방송의 운영과 회계를 투명하게 살펴보는 일은 이미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문화방송 자체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덧붙이겠다는 것은 과잉규제가 아닐 수 없다.
또 법안은 정부·여당이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집단임을 보여준다. 문화방송은 상법상 주식회사 형태를 지닌 공영방송으로 공적 성격과 민간기업의 성격이 섞여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 방송에 ‘정명’을 요구하며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제는 민간기업을 감사원 감사 대상으로 삼겠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편다. 국회는 문화방송을 압박할 의도밖에 없는 이 법안을 폐기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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