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30 02:03
수정 : 2009.04.30 02:03
사설
어제 실시된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참패했다. 한나라당은 인천 부평을, 울산 북, 경주, 전주 덕진, 전주 완산갑 5곳에서 모두 패해 0 대 5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243개 국회의원 지역구 중 불과 5곳에서 실시됐지만, 243분의 5라는 산술적 의미를 뛰어넘는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우선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지 1년여 만에 처음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라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띤다. 또 시기적으로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민생이 큰 어려움에 처해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바로 눈앞에 둔 시점이라는 점에서도 어느 때보다 민심의 향배가 관심을 모았다. 이 때문에 여야 지도부도 ‘경제 살리기’와 ‘정권 심판’을 내세우며 총력전을 펼쳤고, 유권자들의 관심도 2001년 10·25 재보선의 41.9%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정도로 뜨거웠다.
한마디로 이번 선거 결과는 민심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장으로 보인다. 경제 살리기를 내걸고 지난번 대선과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이를 멋대로 해석해, 부자와 재벌을 중시하고 서민대중의 아픔을 외면하는 경제정책으로 일관했다. 또 정치, 사회, 문화, 노동, 언론, 교육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힘을 앞세운 억압정책을 펴며 민주화 20년의 성과를 뒤로 돌리는 퇴행적인 모습을 보였다. 정부 여당의 이런 독선과 독주에 대한 민심의 반응은 차가웠다.
특히, 전국 여론의 잣대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인 인천 부평을에서 한나라당이 전력투구를 하고도 진 것은 일반 민심이 이명박 정권에 등을 돌리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한나라당은 부평을 못지않은 중요성을 지닌 시흥시장 선거에서도 패배했다. 지난 8일 실시된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이명박식 경쟁교육에 반대하는 김상곤 후보가 당선된 것까지 치면 수도권에서 벌써 세 번의 경고를 받은 셈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 참패를 엄중하게 받아들여 민심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지금의 국정운영 기조와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할 것이다. 또 민심이 정부 여당에 ‘아니오’를 분명하게 밝힌 이상, 정부 여당 지도부에 대한 인적 쇄신도 불가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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