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30 19:36
수정 : 2009.04.30 19:36
사설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머리와 손발이 따로 논다는 사실이다. 사교육비 부담만 늘리는 사교육비 대책이 그렇고, 공교육 황폐화만 부채질하는 학교 자율화 정책이 그렇다. 어제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학교 자율화 2단계 추진방안도 마찬가지다.
그 뼈대는 각 학교의 교과과정 편성 재량권을 확대하고, 더 많은 재량권을 갖는 자율학교를 올해 282곳에서 내년엔 2500여곳으로 늘리며, 학교장의 인사권도 크게 늘린다는 것이다. 학교교육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것을 비난할 사람은 없다. 아이들의 잠재력, 인성, 창의력을 키우는 데도 학교교육의 자율성은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선 불가능하다. 각 학교는 오로지 지필고사 문제풀이 학력 배양에만 전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엊그제 주요 대학 총장에게 말했듯이 공교육 정상화는 대입제도가 정상화될 때 가능하다. 주요 대학이 지필고사 성적순이나 학교 서열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는 관행을 유지한다면, 대입에 요구되는 학력 신장에 전력투구하는 학교교육의 현실은 바뀔 수 없다. 게다가 정부는 중·고교 입시 및 학교선택제 확대는 물론 일제고사나 수능시험 성적을 공개하는 등 무한 학력경쟁을 강제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교과과정 편성 자율권이 확대되면, 입시에 필요한 과목의 수업은 강화되고 다른 교과목이 희생되는 건 피할 수 없다.
대학입시 제도부터 쇄신해야 한다. 지금으로선 어떤 자율화 조처도 획일적 입시교육만 강화한다. 이 사실을 잘 알면서도 자율화를 고집한다면, 그건 기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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