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01 21:19
수정 : 2009.05.01 21:19
사설
정부가 쌀직불금 부당 수령자에 대한 특별조사 결과를 내놨다. 2005~2008년 4년 동안 부당 수령자가 1만9242명(1.5%)이고 이 가운데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등 공직자가 2452명(4.3%)이라는 것이 특별조사 결과다.
부당 수령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공직자 부당 수령자의 비율이 평균의 3배나 된다는 점은 새겨볼 대목이다. 법령을 잘 아는 공직자들이 오히려 이를 악용해 농민의 몫을 빼돌린 꼴이다.
부당 수령자를 제대로 가려냈는지도 의문이다. 특히 고위 공직자가 11명뿐이라는 조사 결과는 이해하기 어렵다. 실경작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 1년 중 90일 이상 농업 종사, 일부 위탁경영 등이 포함돼 있어 많은 고위 공직자들이 빠져나간 것으로 생각된다. 게다가 국회, 사법부 등 행정부처 이외 공무원들은 공직자가 아닌 일반인으로 분류됐다. 이번에 밝혀진 2400여명은 쌀직불금 부당 수령 공직자의 일부인 셈이다.
징계도 솜방망이 수준이다. 가족들이 부당 수령을 했더라도 본인이 위법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징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사들였으나 양도세 등을 피하려고 부당 수령한 사람을 중징계하기로 했다지만 이것 또한 마찬가지다. 본인이 알았는지 또는 양도세 회피 목적이었는지 누가, 어떤 근거로 판단할 수 있는가.
말만 특별조사지 상당수 부당 수령자가 빠져나갔고, 적발된 공직자들도 행정부처 이외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해 말 국정조사처럼 결국 용두사미로 끝난 모양새다.
쌀직불금 사태는 공직사회 혁신의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고위 공직자들의 각성이 요구된다. 이번처럼 시늉만 하는 특별조사로 그친다거나 인사청문회에 오른 장차관급 인사들이 “틈틈이 농사를 지었다”는 식의 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벗어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공직사회의 부정과 비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힘 있는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들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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