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03 20:25
수정 : 2009.05.03 20:25
사설
지난 토요일 서울시내에서 ‘촛불 1돌’을 기리는 집회를 하려던 시민 112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전날인 노동절에도 거리행진을 하던 노동자 등 70여명이 체포됐다. 경찰은 서울역, 시청 앞 광장 등 집회 장소를 겹겹이 에워싸고 집회 개최를 가로막았다.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까지 경찰이 마구잡이로 연행하는 바람에 시내 곳곳에선 비명과 울음소리가 난무했다. 시위 진압 장구를 갖춘 경찰이 봄날의 휴일 저녁 도심 거리에서 시민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는 삼엄한 광경, 그것이 지금 서울의 모습이다.
이런 불상사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빚을지는 자명하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와 시위를 처음부터 불허하고 막으면 더 큰 반발과 저항은 피할 수 없다. 진압과 충돌의 양상은 갈수록 격렬해진다. 몸싸움에 돌까지 몇 개 날아다녔다는 지난 주말 모습이 바로 그렇다. 금지와 저항, 대규모 연행 등 강경진압, 뒤이은 더 큰 저항과 충돌은 짧지 않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악순환이다. 지금 경찰은 그 악순환의 고리에 불을 댕기고 있다.
경찰의 집회 불허와 강경진압이 심각한 기본권 침해라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집회와 시위,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기본권이다. 그 권리의 제한은 엄격히 법에 의해야 하며, 어떤 경우에도 본질적 내용까지 훼손해선 안 된다. 그러나 지금 경찰은 정부에 반대하는 집회는 아예 불허하고 있다. 지난 1월 용산 참사 이후에는 이에 항의하는 집회까지 불법으로 몰아붙여 강경진압을 서슴지 않는다. 법이 아닌 경찰의 자의적 행정기준에 따라 집회 허가 여부가 정해지고, 또 그렇게 불법으로 정해졌다고 마구 잡아 가둔다면 집회·시위의 자유를 온전히 누릴 수 없게 된다. 반대 목소리를 틀어막는 게 민주주의일 수는 없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촛불집회가 잠잠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신에 대한 비판과 반대를 미리 차단하려 애써왔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구속, <문화방송> ‘피디수첩’ 강제수사 따위가 그런 것이다. 지금껏 촛불집회로 구속된 사람이 40명이 넘고, 형사처벌 대상이 된 사람은 1600명 이상이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입을 막는다고 해서 사태가 풀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큰 화를 자초하게 된다. 집회 불허와 강경진압을 당장 중단하는 게 옳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