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5.04 07:35 수정 : 2009.05.04 08:32

미국이 최근 우리 정부에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위한 재정지원 확대와 파병 검토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용준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지난주 미국을 찾은 주요 목적이 이 문제 조율이었다니 이미 본격 논의가 시작된 셈이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한국군 파병은 없음을 미국에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미국의 그릇된 중동정책을 무조건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대가로 아프간에서는 2007년 한국인 23명이 탈레반에 납치돼 2명이 숨지고 윤장호 하사가 테러로 희생됐다. 2004년 이라크 무장세력에 납치돼 숨진 김선일씨 사건과 지난 3월 한국인 관광객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예멘 테러 또한 기억에 생생하다. 그렇다고 파병이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거나 한-미 동맹의 질을 심화시키지도 않았다. 나라 안에서 극심한 여론 분열만 유발했을 뿐 명분도 실익도 없었던 것이다. 아프간 파병 동의·다산부대가 2007년 말 철수한 것은 뒤늦게나마 잘못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을 겪고도 다시 파병을 생각한다면 제대로 된 정부라고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여권 인사들 가운데는 미국의 대북 직접대화 움직임을 견제하려면 파병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고 한다. 강대국 중심 청부외교에 냉전식 사고방식을 결합한 퇴행적 발상이다. 노무현 정부가 대북정책 조율에서 지렛대를 얻기 위해서라며 이라크 파병을 밀어붙인 것보다 더 한심하다.

게다가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아프간 정책은 미국 안팎에서 비판받고 있다. 군사개입 강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뒤 2만1000명의 미군 증파를 결정하고 각국에 파병 동참을 호소하고 있으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7년 8개월이나 지속된 아프간전쟁이 성과를 얻지 못한 주된 이유는 병력 부족이 아니라 부적절한 접근방식에 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말처럼, 현지 상황을 안정시킬 최선의 방법은 탈레반과의 화해다. 정치적 해법 대신 무력에 의존하려 해서는 또다른 베트남전이 될 뿐이다.

정부는 아프간 파병 문제로 불필요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태도를 명확히 하기 바란다. 정부가 앞서 밝힌 대로, 아프간 민간 재건지원단 규모를 늘리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지만 이 또한 신중해야 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