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5.04 21:03 수정 : 2009.05.04 21:03

사설

오는 7일 최종 발표를 앞두고, 마지막 조율을 위해 내일로 예정됐던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당정회의가 어제 돌연 무기한 연기됐다. 이에 따라 곽승준 대통령자문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 제시했던 대책들도 모두 표류하게 됐다. 특히 그가 벌이겠다던 ‘정권 차원의 처절한 싸움’은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물론 그가 밤 10시 이후 학원교습 금지 등 정부 안에서 논의되던 대책을 단정적으로 밝힌 것은 섣부른 행동이었다. 미래위는 자문기구이지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기구가 아니다. 그는 청와대의 업무조정 기능을 통해 이런 방안이 입안되도록 해야 했다. 그가 이런 절차를 몰랐을 리 없다. 관료나 정치권에 먹혀들지 않자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했을 것이고, 그래서 처절한 싸움 운운했을 것이다. 결국 그의 섣부른 발언도 문제였지만, 이미 확정한 일정조차 간단히 흔들어버린 배후 세력의 존재는 더욱 주목된다.

학원 교습시간 연장은 ‘리틀 엠비’(작은 이명박)라는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에 의해 추진됐다. 그는 조례를 바꿔 학원 영업을 무제한 허용하려 했다. 학원업자의 돈으로 교육감 선거를 치렀던 그였으니 알 만했다. 학부모의 반발에 따라 서울시의회가 조례안을 부결시켜 버리긴 했지만, 이 해프닝은 막강한 로비집단으로 성장한 학원업자와 교육관료 및 정치인 사이의 끈끈한 유착관계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곽 위원장도 결국 이 복합체에 낭패를 당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경제 살리기 747, 학교 자율화와 사교육비 절반 감축은 이명박 정권의 대표 공약이었다. 전자는 이미 백지화됐고, 후자 역시 파탄 직전 상태다. 대입 자율화와 초·중·고 자율화는 학교 교육과정을 입시교육으로 재편해 버렸다. 사교육 시장의 팽창은 당연했다. 이 정부 들어 교육비 증가율이 최고치를 계속 경신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1분기 최악의 경기 속에서도 사교육비는 늘었다. 정권 차원에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던 터였고, 미래위가 총대를 멨지만 불발에 그쳤다.

그러나 그가 제시한 것도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점수나 학교 서열에 따라 선발하는 대학입시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사교육은 결코 사라질 수 없다. 기초공사, 즉 대학의 서열순 선발제도의 혁파부터 다시 해야 한다. 부디 잘못된 정책에 권력다툼까지 겹쳐 등 터지는 중산층·서민을 돌아보기 바란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