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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04 21:04 수정 : 2009.05.04 21:04

사설

대한통운 광주지사 택배기사들의 복직투쟁을 벌이던 화물연대 광주지부 1지회장인 박종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씨는 “암울한 싸움에서 승리해야 하는데 시대가 노동자에게 죽음을 요구하는 것 같다”고 쓴 유서를 부인에게 남긴 채 대전 소재 대한통운 물류기지 근처에서 숨진 모습으로 그제 발견됐다. 그는 지난달 29일 민주노동당 광주시지부 누리집에 남긴 글에선 화물연대라는 조직을 깨기 위한 대한통운과 공권력에 맞서 조직을 사수하고 투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목숨을 바칠 뜻을 내비쳤다.

박씨의 죽음은 1970년대 전태일이 노동3권 보장을 외치며 스스로를 불사른 이래 40년 가까이 흘렀음에도 이 땅의 노동 현실은 큰 변화가 없음을 보여준다. 비정규직이나 박씨와 같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처지가 특히 그렇다. 노동 유연성이란 명목으로 툭하면 일자리를 빼앗기고, 사실상 노동자임에도 개인사업자로 치부돼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의 투쟁에 대해서 사용자는 물론 우리 사회도 정당한 관심을 쏟지 않았다.

이번 사건만 봐도 그렇다. 발단은 지난 3월16일 대한통운이 배달수수료 인상을 둘러싸고 협상을 벌이던 택배기사 78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에서 비롯됐다. 택배기사들 말로는, 지난 1월 건당 수수료를 30원 올리기로 구두합의한 대한통운 쪽은 3월15일 합의 무효를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그에 불복해 기사들이 무료로 해주던 화물 분류 작업을 거부하자 다음날 바로 문자메시지로 게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한다.

화물연대 광주지부는 대한통운 쪽의 조처를 화물연대를 와해시키기 위해 사전에 계획된 것으로 의심한다. 대한통운 안에서 조합원이 가장 많은 광주를 대상으로 삼았고, 해지 통지를 하지마자 대체 차량을 즉각 투입했으며, 택배기사들에겐 화물연대 탈퇴를 대화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박씨를 죽음으로 내몬 일차적 원인은 이런 대한통운의 비인간적인 조처일 것이다. 아울러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불안한 고용 상태를 방치하는 정부도 그 책임을 모면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당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특수고용직 문제는 그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노동자 또는 그에 준하는 법적 지위를 보장하지 않고는 해결이 어렵다. 박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근본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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